美 해양플랜트 박람회 참석, 조선3사 CEO의 무거운 발걸음
해양플랜트, 수조원대 적자 주원인이지만…포기할 수 없는 성장동력
심해 시추하는 거대 해양플랜트 건조 능력은 우리나라 뿐
고유가 시대 오면 수주 가능성 높아 시장상황 파악하러 미국행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벼랑 끝에 내몰린 조선 3사 대표들이 다음주 미국으로 떠난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 박대영 삼성중공업 대표가 동행한다. 5월 2~5일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기자재 박람회(OTC)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조선 강국'의 명운이 달렸다는 생각에 몸도 한껏 낮췄다. 엑슨모빌, 쉘 등 오일 메이저들을 대상으로 해오던 초청행사를 올해는 갖지 않는다. 대신 고객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읍소할 참이다.
조선 3사 대표의 OTC 참석은 연례행사다. 해양플랜트 업황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수주 절벽에 처한 올해는 더욱 중요하다. 2014년 11월 이후 조선3사의 해양플랜트 발주는 전무하다. 저유가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조선 빅3가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구조조정에 휩싸인 데는 해양플랜트가 원인 중 하나였다. 해양플랜트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하지만 욕심이 앞섰다. 건조 능력만 있던 조선 3사가 기본 설계까지 도맡았던 게 화근이었다. 뜯어내고 다시 짓는 과정을 반복하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런데도 조선 3사 대표들이 OTC에 참석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해서다. 해양플랜트는 포기할 수 없는 성장 동력이다. 조선 3사의 전체 수주물량 중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남짓이다. 심해 시추를 하는 거대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은 국내 조선사들 뿐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술력도 쌓았다. 유가가 올라 발주가 살아나면 우리 조선 업계는 수혜를 누릴 수 있다. 고유가 시절 해양플랜트는 효자 산업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2007년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파즈플로 FPSO'(2조6000억원 규모)를 2011년 1월 조기 건조했다. 당시 인센티브 600억원을 손에 넣었다.
업계는 앞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수주를 할 때 '건조만' 책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턴키 방식보다 계약금액은 줄어들지만 리스크는 훨씬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 관계자는 "이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일감을 찾아보겠다는 각오로 조선3사 CEO가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3사 대표의 미국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고강도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조선3사는 자구 계획안을 서둘러 만들어내야 한다. 조선3사 정규직 직원들은 물론 8만8000명에 이르는 협력사 직원들도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 주범'에 매달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따가운 시선을 뒤로 하고 떠나는 일정이다.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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