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가운데 비협약 채권 비중 월등히 높아 금융권 채무재조정 강제하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한진해운이 조만간 자율협약(채권단 관리)을 신청할 예정이지만 KDB산업은행 주도로 하는 해운산업 구조조정은 첩첩산중이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일단 받아들이면 한진해운 입장에선 한숨 돌리는 것이긴 하지만 이후에도 여러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산은은 채권금융기관 실무책임자 사전회의를 소집해 자율협약 개시 여부에 대한 안건을 부의한다. 빠르면 5월 초에 자율협약 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율협약을 맺는다고 해도 조건부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산은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역시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한진해운의 채무 가운데 비협약 채권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역시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용선료 문제를 안고 있다. 용선료란 외국 선주들로부터 배를 빌리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을 말한다.한진해운은 용선료로 지난해 1조146억원에 이어 올해 9288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내야 하는 용선료도 3조원에 달한다.
전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출연 등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채권단 내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는 안돼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조양호 회장에 대해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채권단 내부에서 이견이 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조 회장은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구원투수 개념으로 들어간 사람"이라며 "경영권을 내놓는 상황에서 추가로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정은 전 회장이 경영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확실한 반면 한진해운의 상황은 좀 다르다는 얘기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 전 회장이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한 바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율협약은 채권금융기관 100% 동의를 받아 결정된다. 제대로 된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신청서를) 반려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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