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하늘의 '이슬람 聖殿' 여객기 경쟁

최종수정 2016.06.14 10:59 기사입력 2016.04.15 09:25

댓글쓰기

이슬람 율법 준수 항공사 무슬림 승객 유치…히잡 승무원이 할랄 기내식, 기도용품 제공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동남아시아의 무슬림 승객을 모시기 위한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 처음으로 '샤리아(이슬람 성법)'를 준수하는 항공사 라야니가 탄생했다. 사우디아항공, 로열브루나이항공, 이란항공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다. 샤리아란 이슬람 성전인 코란과 선지자 마호메트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이슬람 국가가 아닌 영국 소재 피르나스항공도 올해 샤리아 준수 항공기를 띄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라야니항공은 기내에서 술을 제공하지 않는다. 기내식으로는 '할랄식품'만 내놓는다. 할랄식품이란 샤리아에 따라 허용된 것을 의미한다.

돼지고기와 동물의 피, 이슬람 방식에 따르지 않고 부적절하게 도축된 동물의 고기, 육식 동물과 맹금류의 고기, 알코올성 음료 및 취하게 만드는 모든 음식, 앞서 언급된 품목이 함유된 모든 가공식품은 금지된다.
라야니항공의 여성 승무원은 히잡(무슬림 여성이 외출할 때 머리와 가슴을 가리도록 입는 옷)을 입는다. 무슬림은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 기내에서 기도하고 코란을 암송할 수 있다.

하늘의 '이슬람 聖殿' 여객기 경쟁


라야니항공의 자파르 잠하리 대표이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현재 말레이시아 국내 5개 노선에 취항 중"이라며 "내년 해외 노선 취항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소재 컨설팅 업체 크레센트레이팅은 무슬림의 여행 시장이 현재 1450억달러(약 167조2580억원)에서 오는 2020년 20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항공사들에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우디아항공은 기업공개(IPO)를 고려 중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에미레이트항공과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2008년 이래 120억달러에 상당하는 이슬람 채권 '수쿡(sukuk)'을 발행했다.

수쿡은 일반 채권과 기능이 동일하지만 금리 대신 실물자산 매매 등으로 얻은 이익 중 일부를 보유자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크레센트레이팅의 파잘 바하르딘 최고경영자(CEO)는 "기내에서 알코올성 음료를 금하고 할랄식품과 기도 용구를 제공하는 샤리아 준수 항공사가 무슬림 여행객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며 "샤리아 준수 항공사의 성장잠재력은 엄청나다"고 진단했다.

라야니항공은 객실 승무원 50명, 조종사 8명 등 직원 355명에 두 대의 보잉 737-400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는 보잉 737-800 두 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다. 지금은 말레이시아 최대 도시 콸라룸푸르와 코타바루, 랑카위를 잇는 국내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라야니항공은 내년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태국 푸케트, 인도 남부 티루치라팔리에도 취항할 계획이다. 라야니가 샤리아 준수 항공사지만 승객들이 기내에서 꼭 이슬람 의상을 입거나 남녀 자리를 구분해 앉을 필요는 없다.

라야니항공의 대주주는 라비 알라겐드란 부부다. 부부는 철광산을 거느리고 정부와 해난구조 계약을 맺은 기업 테루스마주메탈도 보유하고 있다. 불입자본금이 500만링깃(약 14억8000만원)인 라야니항공은 10년 안에 유럽으로 취항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무슬림 순례객을 실어 나를 계획이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지만 교조적인 이슬람 국가는 아닌 말레이시아에 샤리아 준수 항공사가 생긴 것은 2014년 발생한 두 차례 항공 사고 때문이다. 2014년 3월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운항 중 실종되고 같은 해 7월 MH17편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됐다.

아랍권을 대표하는 방송사 알자지라는 "알라의 진노로 항공 사고가 발생했다는 생각이 보수층 무슬림 사이에 번지면서 샤리아 준수 항공사가 설립되기에 이르렀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6월 인력 6000명을 감원한 말레이시아항공은 흑자로 돌아서기 위해 비용도 20% 절감 중이다.

콸라룸푸르에 자리잡은 컨설팅 업체 아마나캐피털그룹의 아바스 잘릴 CEO는 "비(非)이슬람 시장 장악이 샤리아 준수 항공사들의 최대 과제"라며 "샤리아 준수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일반 항공사들 못지 않은데다 가격 경쟁력도 있음을 널리 인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레센트레이팅과 비자카드의 공동 연구 결과 젊고 부유한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면서 오는 2020년 무슬림 여행객 수는 지금보다 39% 증가한 11억5000만명에 이를 듯하다. 이에 기내에서 기도 시간을 알려주고 이슬람 사원이 어디 있는지 보여주는 스마트폰 앱 같은 서비스도 번창 중이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오는 2050년 무슬림 인구가 지금보다 78% 늘어 28억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인구증가율의 배를 웃도는 셈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