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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에 '우표책 뇌물' 주려다 공개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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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사생활 역이용하려던 피고인, '뇌물공여' 혐의 추가 재판 신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판사님 취미가 우표 수집이라는 사실을 인터넷 포털 검색을 통해 알게 돼서…."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성수 판사 사무실로 전달된 소포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가 들어 있었다. 배달된 시점은 지난 1일이다.
김 판사는 소포를 받은 뒤 내용물을 뜯어보지 않았다. 발송자 명의를 보니 자신이 사건을 맡은 피고인이었기 때문이다. 소포를 보낸 주인공은 농업협동조합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모(61)씨.

안씨는 지역 축협의 임원 선거 후보자인데 대의원에게 기부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지난 1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성수 판사 사무실로 전달된 소포에는 우표책 4권이 담겨 있었다. 인천지법은 우표책을 보낸 피고인을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사진제공=인천지법

지난 1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성수 판사 사무실로 전달된 소포에는 우표책 4권이 담겨 있었다. 인천지법은 우표책을 보낸 피고인을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사진제공=인천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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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판사는 7일 공판기일에 문제의 소포를 뜯어보고자 마음먹었다. 드디어 당일이 됐고, 검사와 담당 변호사 입회하에 소포를 개봉했다. 소포에는 편지 1통과 책 1권, 우표책 4권이 들어 있었다. 안씨는 자신의 저서와 함께 우표책을 선물(?)하려 했던 것이다.
안씨가 전한 것은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었다. 김 판사는 안씨에게 우표책을 보낸 이유를 캐물었다. 인터넷 프로필에 우표 수집이 취미로 돼 있음을 확인하고 보낸 것이냐고 물었다. 안씨는 대답이 없었다.

김 판사는 안씨가 대답을 하지 않아도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편지에 이미 우표를 보낸 이유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 판사는 1974년생으로 만으로 41살이다. 지금의 40대들은 어렸을 때 우표수집이 취미인 이들이 많았다. 새로운 우표가 나오면 사서 모으고, 오래된 우표도 수집해 우표책을 가꾸는 게 일상의 기쁨이었다.

안씨가 김 판사의 사생활을 자세히 알기는 어렵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일부 정보는 확보할 수 있다. 또 법조인 인명부가 수록된 서적인 '한국법조인대관'에도 김 판사의 생년월일과 출생지, 출신 고교와 대학, 주요 경력, 형제 관계 그리고 취미가 기록돼 있다.

피고인이 담당 판사의 호감을 사고자 선물을 하는 행위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으로 '뇌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안씨의 행동은 공개망신의 대상이 됐다. 인천지법은 형사재판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뇌물공여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 하기로 했다. 안씨는 추가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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