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이 최악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잇달아 강조했다. 특히, 수출이 물량기준으로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는 점 등을 꼽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429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졌던 두 자릿수 감소율은 그나마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에 국제 원자재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저효과가 줄어드는 하반기에는 수출경기 회복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상품의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수출물가지수는 여전히 바닥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출물가지수는 80.98을 기록했다. 1986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는 81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원인을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환율 등 외부요인에서 찾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유가만 오르면 수출도 회복될 것이라는 식의 기대감을 보이는 것도 부적절하다. 여전히 세계 경제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 제품은 기술선도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중국 등 후발국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은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산업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2014년 10월 135억9000만달러에 달했지만,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 2월에는 86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16개월만에 50억달러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이 내수시장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했지만, 한국의 소비재 수출은 미미하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한 중국 소비재 시장 진출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한국의 총 수출액은 1900억달러로 1위에 올랐지만, 소비재 수출은 70억달러에 불과했다.
주요 선진국은 양적완화와 마이너스금리 정책 등 경기부양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고,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유가 폭락에 따른 충격을 단기간에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유럽연합(EU) 지역만 12.7% 증가했고, 중국(-12.2%), 미국(-3.8%), 일본(-3.6%), 아세안(-14.1%) 등 대부분 감소했다.
무엇보다 한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수출을 지탱하고 있는 13대 품목 가운데 대부분 품목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선박(-28.9%), 평판디스플레이(-24.2%), 석유제품(-41.6%), 석유화학(-9.0%), 가전(-16.4%) 등의 수출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들 업종은 글로벌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빼야 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그만큼 해외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국가간 기술력 격차도 작은 상황이다. 중국이 이미 대부분 산업에서 한국의 기술력에 근접했거나 추월했다는 점은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출을 물량 기준으로 봤을 때 금액 기준으로 보는 것보다는 희망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기업들이 앞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금은 구조조정 등 내실화 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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