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와 그들의 자녀 에코세대는 국내 주택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꼽힌다. 전체 인구의 40%에 달하는데다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거나 끝내는 등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기 때문이다. 주변 상황이 바뀌면서 주거수요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어 한씨나 그의 부모처럼 새로 거주할 곳을 찾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동거의 또 다른 형태인 밍글족(mingle, mixed single의 줄임말로 싱글족 2명 이상이 한 집을 공유해 사는 걸 뜻한다)을 비롯해 1인가구를 넘어 이제는 0.5인가구 같은,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주거수요가 부상함에 따라 맞춤형 평면을 제공하거나 부대시설을 늘린 집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모씨는 회사 근처 작은 오피스텔을 하나 얻었다. 평소 지방이나 해외 출장이 잦은 데다 몇년 전 결혼했던 누나가 아예 부모님 집으로 들어오면서다. 김씨는 주말이면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김씨처럼 두곳 이상 거처를 두거나 직장생활 등으로 집을 오래 비우는 사람을 0.5인가구도 최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강남 개포지구에서 처음 재건축하는 단지로 관심을 모은 래미안 블레스티지에서 가장 큰 평형인 126㎡ 타입은 붙어있는 방 2개의 벽을 터 독립된 원룸형태로 쓸 수 있게 했다. 화장실과 옷장도 딸려있다. 출가한 자녀가 다시 들어와 살더라도 서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한 설계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파트 1층이나 옥상의 경우 따로 공간을 뽑아 테라스처럼 복층으로 쓰는 평면설계도 인기가 많다. 과거에 비해 활용도가 높아진 데 따른 현상이다. 최근 분양한 구의동의 한 단지는 1층 일부 타입에 지하 피트공간을 활용해 따로 공간을 쓸 수 있게 했다. 피트는 통신ㆍ전기선이나 배수관이 들어가는 설비관리층으로 쓰던 곳이다. 따로 주방과 욕실까지 만들고 바로 밖으로 빠지는 통로까지 만들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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