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의 디스코피아 19] Wings - Wings at the speed of sound (1976)
재능의 빈부격차 그리고 압도적인 사랑의 노래들
[아시아경제] 윙스(Wings)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그 외의 멤버들로 보인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기는 하다. 결성 과정부터 앨범작업까지 모두 폴이 주도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인지도가 부족했던 초기에는 한동안 ‘Paul McCartney and Wings’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윙스의 다섯 번째 앨범 <Wings at the speed of sound>가 가진 특별함은 바로 폴의 개인 작업보다는 밴드간의 협업이 강화된 점이다. 여전히 폴의 지분이 많기는 하다. 그래도 모든 멤버가 보컬에 참여하고 있으며 폴 외의 멤버들도 자신의 곡을 실었다.
그러나 결국 재능의 빈부격차가 느껴진다.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선 이전보다 폴이 훨씬 뚜렷해 보인다. 멤버들의 곡이 끔찍하게 나쁜 것도 아니다. 린다(Linda McCartney)의 보컬이 빈약하긴 해도 ‘Cook of the house’는 즐겁게 들을만하다. 지미 맥클로크(Jimmy McCulloch)와 콜린 앨런(Colin Allen)이 함께 만든 ‘Wino Junko’ 역시 단순한 매력이 있고 종반의 합주는 꽤 근사하기까지 하다. 다만 (하필이면) 폴이 수록한 곡들이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수작들이어서 빛이 바랜다.
결국 앨범에서 빛나는 부분을 매카트니가 차지한다. 추모의 분위기가 흐르는, 엄숙하고 차분한 ‘Let’em in’을 제외하면 대부분 귀에 쉽게 들어오는 사랑의 노래들이다. ‘She’s My Baby’의 앙증맞은 매력은 청자를 설레게 만들고 ‘Beware My Love’는 화끈한 연주와 샤우팅 창법으로 시원함을 안긴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비판에 대한 대답인 ‘Silly Love song’이 사랑노래 행렬의 정점을 찍는다. 항변하듯 ‘I love you’라는 가사가 지나치게 반복되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가사의 단순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거기에 폴의 전체 작품 중 ‘Goodnight Tonight’과 더불어 가장 근사한 베이스 라인이 그려진다. 이 사랑 선언은 크게 성공하여, 수많은 윙스의 히트곡 중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상업적 성공을 떠나 <Wings at the speed of sound>는, 어쩌면 수록곡의 퀄리티도 들쑥날쑥하고 사랑노래로 점철된 많은 음반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시대정신이나 음악적 실험 등은 부재하는. 그럼에도 이를 ‘그저 그런 수많은’ 상업성 앨범이라고 말하기엔 주저된다. 멜로디들이 압도적으로 아름답고 편안해서다. ‘Warm and Beautiful’의 절제된 우아함 앞에서 이를 ‘흔하다’고 말하기는 정말로 너무나 어렵다. 이 세상에 흔해빠진 것이 사랑노래라도 전부 같은 수준에 머무르는 건 아니다. 이 앨범에는 정말 좋은 사랑노래들이 있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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