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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경제학 밖에서 본 '경제'…경제인류학 특강

최종수정 2016.03.25 10:50 기사입력 2016.03.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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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경제인류학 특강

경제인류학 특강


"경제를 경제학자들에게만 내맡겨 두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

경제를 '경제학'의 틀로만 바라보지 말자는 이야기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온갖 수식과 그래프가 가득하지만 실제 삶에서 경제활동은 그렇지 않다. 현실 경제는 개인의 효율성 극대화와 돈 계산만이 아닌 윤리와 도덕, 의무와 책임, 이웃과 사회가 어우러져 있다.

1980년대 이후 이념적 헤게모니를 휘둘러온 주류 경제학은 '구멍 난 배처럼 물 아래로 침몰해 버렸다'.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증거다. 그리고 그 여파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대안적 접근법이 필요해졌다. 1970년대 이래 쇠퇴한 '경제인류학'을 복권하자는 움직임도 이 같은 흐름과 닿아 있다.

경제인류학이란 시장 경제로 운영되지 않은 영역을 연구해 경제현상의 본질을 재검토하고, 시장중심의 경제학의 시야를 넓히는 학문 분야다. 이 학문은 인류학의 민족지 연구와 역사적 연구가 공존하면서 자라났다.
지난 2011년 영국에서 출간된 '경제인류학 특강'이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그동안 경제학자로 분류되지 않은 사상가들이 서술한 경제의 역사를 비롯해 선물, 호혜성과 같은 비경제적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경제행위를 담았다. '경제'라는 말이 생겨난 고대 지중해에서 온라인 상거래가 벌어지는 오늘날까지 방대한 역사를 추적한 후,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인류학이 다뤄온 자본주의, 사회주의, 글로벌 경제 속 불평등한 발전도 살핀다.

'경제인류학 특강'은 영국 켄트대학 인류학과 명예교수인 크리스 한, 런던경제대학 경제인류학과 교수인 키스 하트의 공동 저서다. 이 책보다 앞서 두 사람이 함께 편집한 논문집 '시장과 사회: 오늘날의 거대한 전환'(2009년)과 키스 하트가 집필에 참여한 '인간의 경제:시민 가이드북'(2010년)이 나왔다. 두 저작은 '경제인류학 특강'과 맥락을 같이 한다.

'시장과 사회'는 경제인류학에서 실체론 학파의 기틀을 세운 칼 폴라니의 역사적, 사상적 위치를 검토한다. '인간의 경제'에서는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포진한 경제사회학, 경제인류학, 정치경제학에 걸친 다양한 연구자들이 실제 삶의 경제를 연구하는 대안으로 그동안 경제학에서 외면당해 온 개념과 범주를 설명한다. 칼 폴라니는 경력의 많은 부분을 경제 저널리스트로 보낸 인물이다. 그의 저작은 고고학에서 사회학, 사회철학, 고전 연구에서 국제정치경제학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최근들어 그의 저작 '거대한 전환'(1944년) 등은 반세기 전 출간 당시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또한 그가 제시한 쟁점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이번 책과 함께 '거대한 전환'을 번역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소장은 "경제인류학이야말로 현실의 경제를 가장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확신은 소스타인 베블런의 '영리기업의 이론'(1904년)을 읽으면서였다. 이 책은 '수요', '공급'이나 '합리적 행동' 같은 추상적 범주에서 기업과 자본시장의 일반 이론을 연역하는 주류경제학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과 시장을 둘러싼 기술, 제도, 환경과 20세기 초 미국 자본주의에서 통용되고 있는 신앙과 의례, 주식회사와 자본시장의 관행과 행태가 어떤 것들인지, 또한 이것이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전체 산업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기술했다.

홍 소장은 "독자들은 베블런이 당대의 미국 자본주의와 그 자본가들을 마치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종교제도 그리고 머리에 깃털을 꽂은 추장을 보듯이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그 결과 우리가 얻게 된 것은 20세기 미국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날카롭고도 사실적인 분석의 하나였다"고 평했다.

<크리스 한ㆍ 키스 하트 지음/홍기빈 옮김/삼천리/1만7000원>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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