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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도열차' 장우재 연출 "욕망을 동력 삼는 사회에 피로감 느껴"

최종수정 2016.03.25 13:05 기사입력 2016.03.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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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도열차' 장우재 연출 "욕망을 동력 삼는 사회에 피로감 느껴"

1953년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 2014년 서울에 도착
"2년이 지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기 시작했다"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어둠 속, 굉음과 함께 1953년 부산을 떠난 '환도열차(還都列車)'가 2014년 서울에 도착한다. 전쟁이 끝난 기쁨에 젖어 귀향하던 승객들은 모두 죽고 오직 한 사람, '이지순'만 살아남았다.

상상 못할 일이 벌어졌으므로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직된다. 지순은 위원회의 조사를 받다가 아흔살이 다 된 남편 최양덕을 만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난 양덕은 지순이 그토록 사랑한 남편이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탐욕스런 남자일 뿐.

지순에게는 서울도 고향이 아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대신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도시다. 그녀는 부르짖는다. '차라리 1953년 부산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연극은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의 지금 이 모습이 "정말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삶터의 모습인가요?"라고.

'환도열차' 공연 준비에 분주한 장우재(45) 연출가 겸 극작가를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났다. 그는 2014년 초연을 하기 몇 해 전에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아는 선생님과 새해맞이를 하러 대학로가 내려다보이는 산에 올랐다. 선생님이 옛 생각을 더듬다가 환도열차 말씀을 하시더라. '그땐 길이 안 좋아 열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는데 찌푸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열차가 서면 내려서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지어 먹기도 했지. 다들 서울로 돌아갈 생각에 들떴던 게야. 앞으로 뭘 할 건지, 집은 어딘지 물으면서 시간을 보냈어.' 그 이야기가 아련하게 들렸다. 지금의 대학로가 눈에 쏙 들어왔다. '그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서 만들고 싶어 했을 서울이 지금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도열차' 장우재 연출 "욕망을 동력 삼는 사회에 피로감 느껴"

장우재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믿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작품의 발상은 초연 당시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고 그에게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공연과 이론 작품상'을 안겼다. 그는 "욕망을 동력 삼아 살아가는 사회에 피로감을 느꼈다. 사람보다 성과에 집착하는 사회가 불편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한때 대학로에서 주목 받던 그는 가난이 싫어 2007년 영화계로 떠났다. 그가 쓴 시나리오 '과녁'이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2010년 서울시극단이 공연한 '7인의 기억'으로 연극계에 돌아왔다. 연극을 쉬는 동안 택시기사, 도금공장 노동자, 지방 방송국 작가를 전전했다. 생활고 때문이었지만 "연극의 소재나 근원은 세상에서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우재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장우재는 택시기사로서 오직 '달리기'에만 몰두할 때를 떠올렸다. 그는 '욕망사회'의 피로에 젖어 있었다. "질주하고 돌기만 하는 생활에 지쳤다. 그러다 밤 손님까지 끊길 때 쯤 택시 사고를 목격했다. 승객은 밖으로 튀어나갔고, 안전벨트를 맨 기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아 이제야 멈췄구나….' 그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초연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장우재가 '환도열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졌다. 그는 "처음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시간이 부족하다. 재공연은 다르다. 좀 더 멀리서 관객의 반응을 들으며 작업할 수 있기에 본격적으로 작품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현재가 '환멸'만으로 다 포착될 수 없음을 알아가는 중이다. 우리 사회 깊게 뿌리내린 성과주의가 수많은 폐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잘 먹고 잘 살게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환멸'이라는 한 마디로 지금의 모든 것을 싸잡는다면 감상적이다. 과장을 걷고 환멸해야 마땅한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중이다."

'환도열차'는 내달 17일까지 공연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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