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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집살림 노량진시장]둘로 갈라 진 시장, 영업 개시 첫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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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가지 않아도 정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에는 '룽샤(龍蝦·가재)' 사진과 함께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글 속 가재뿐일까. 노량진 수산시장은 동해의 오징어를, 서해의 조개맛을, 남해의 우럭을 서울 도심한복판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1971년 여의도 맞은편 노량진에 터를 잡고 45년간 서울시민의 바다 노릇을 했다. 저렴한 가격에, 하룻밤만큼은 바다 향에 취할 수 있던 이곳이 지난 16일 둘로 갈라졌다. 현대화시장이 문을 연 이후 첫 주말인 19일 이곳을 찾았다.

"비릿한 바다냄새도 추억" 구시장 손님들

노량진 수산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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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공덕동에서 사는 임성진(67)씨는 아내와 함께 노량진시장을 찾았다. 임씨가 30년 넘게 찾은 단골집은 아직 현대화시장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는 "30년 전이나 현재나 이곳은 변한 게 없다. 낡아서 옮긴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도 "현대화시장은 아직 점포도 적고 장사 안 된다고 들었다. 혹시 더 저렴할까 해서 둘러보려고 한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소주 한잔하러 왔다는 김서인(27)씨는 스무 살 때부터 이곳을 찾았다. 이날 그는 우럭 두 마리, 숭어 한 마리를 샀다. '상차림 식당(손님에게 양념과 식사 자리를 제공하는 곳)'에서 친구들과 '불토'를 보낼 생각이었다. 그는 "학교 주변이라 스무 살 때부터 이곳을 찾았다. 바다냄새가 깊게 밴 건물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노량진시장만의 매력"이라며 "현대화시장이 문을 연지 몰랐다"고 말했다.


깔끔한 현대화시장

현대화 시장

현대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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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시장은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하2층부터 지상6층까지의 건물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갖춰 현대화란 이름에 걸맞았다. 터치스크린 안내게시판이 입구에서 손님을 맞았다. 1층은 경매장과 도매장, 소매장이 구분 돼 있다. 낮에는 LED TV를 동서남북으로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2층 식당가도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현대화시장에서는 개장 후 첫 주말을 맞아 '고객을 위한 무료셀프코너'를 운영했다. 시장에서 구매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했다. 이 행사는 20일까지다. 이곳에서 광어를 먹던 이모(45)씨는 "그는 회 맛이 현대화시장 다르고, 옛날시장이 다르겠냐"며 "상차림 식당에서 지불해야할 돈이 부담이었는데 앞으로 이런 코너가 상시적으로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노량진


노량진수산시장은 세계에서 유일한 활어도매시장이다. 외국인 손님들과 마주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하루 500~600명이 방문해 연간 20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리처드 블랙우드(25·미국)씨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처음 봤다.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오늘은 산낙지를 사러 왔는데 회도 한 번 맛볼 생각이다"라고 했다. 그는 "새로 지은 건물은 월마트나 샘스클럽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활기있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류신(24·중국)씨는 "한국에서는 해산물을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서 왔다. 중국에서는 날것 먹는 문화가 없는데 색다르고 재밌다"고 했다.

두 노량진시장을 바라보는 고객들

노량진 수산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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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량진수산시장을 손님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구시장 곳곳에선 갈등의 증거들이 아프게 나부꼈다. 입주 후 수족관과 장화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전등엔 '박근혜대통령님 살려주세요', '박원순시장님 살려주세요' 등 구호가 적힌 붉은띠가 묶여 있었다. 상인들은 '단결·투쟁'이 적힌 빨간 조끼, 검은 조끼, 파란 조끼를 입고 있었다.

구시장을 찾은 정모(42)씨는 "상인들 많이 버시는 분들 아닌 것 같다. 새건물에서는 임대료를 두배 넘게 든다고 하는데 남는게 있겠나"라며 "정부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상인들 부담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시장을 찾은 최철민(46)씨는 현대화시장에 주차를 하고 구시장에서 생선을 구입했다. 최씨는 "처음 방문했는데 신시장엔 가게가 얼마 없어서 둘러보다가 구시장에 갔다"며 "새 건물이라 깨끗하겠지만 노량진엔 싼값을 기대하고 오는 건데 임대료가 오른 탓에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정동훈 수습기자 hoon2@asiae.co.kr
김민영 수습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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