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정치권에 때 아닌 '옥새'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의 현역 컷오프에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 취소'라는 맞불을 놓으며 극한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김 대표의 공식적인 '재의' 요구에도 이 위원장이 "바보 같은 소리"라며 단칼에 거절하자 공천장에 '옥새'를 찍어주지 않는 방안도 검토 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돈 것이다.
옥새는 왕의 도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옥새는 당 대표의 직인을 말한다. 당 대표의 직인이 중요한 이유는 공천장에 당대표의 직인이 찍혀야 온전한 공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49조2항에 따르면 정당은 당 도장인 당인(黨印)과 당 대표자의 직인(職印)을 찍은 후보자 추천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야 공당의 추천받은 후보로 인정된다.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김 대표의 직인이 '옥새'와 버금가는 위상을 갖는 것이다.
당을 구하기 위해 '추다크르' 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추 위원장은 민심을 돌리기 위해 당시 조순형 대표가 추천한 중진 4인방(박상천·김옥두·유용태·최재승)의 비례 배표 공천을 없던 일로 되돌렸다. 대신 그 자리를 참신한 인물로 채우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른바 '3.30 공천거사'다
하지만 '3.30 공천거사'는 하루 만에 진압 당한다. 조 대표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조 대표가 본인이 미는 4인방의 추천서에 직인을 찍어 제출하려 했지만 추 위원장 측인 총무국장이 당 대표 직인을 감추면서 일이 커졌다. 격노한 조 대표는 해당 총무국장을 해임하고 경잘에 당 대표 직인 도난신고를 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당 대표 직인 변경신청을 내고 새로 판 도장을 찍어 비례대표 명단을 선관위에 제출했다. 이에 질세라 추 위원장도 자신의 비례대표 명단을 따로 만들어 선관위에 등록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옥새'를 휘두를 생각이 있을까? 그는 공천장 직인 거부까지 염두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실제로 직인 거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옥새 전쟁'이 일어난다면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옥새 전쟁'이 일어난다면 승리는 김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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