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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100년전 서양남자가 본 동양여자의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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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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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전족의 유래는 다양하다. 인기 많던 여제가 내반족으로 태어나 흉보지 못하도록 전족의 풍습이 생겼다는 설이 있다. 내반족은 기형으로 굽은 발이다. 다른 유래로는 연약한 발을 선호해 모방했다는 설과, 남편들이 어린 아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강제로 전족을 하게 했다는 설명이 있다.'

'아라비아에서 결혼 안한 딸이 순결을 잃어버리면 가족과 친척들이 공공장소에 모였다. 이들은 손에 칼을 들고 외쳤다. "내 명예와 가족의 명예가 내가 들고 있는 이 검에 의해 오늘에야 깨끗하게 정화될 것이다." 그리곤 딸을 끌고 나와 땅바닥에 눕히고, 그녀의 머리통을 잘라냈다. 이들은 시신 주변을 돌면서 "우리의 명예가 회복되었도다"라고 외쳤다.'
'터키 가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역은 나눠져 있다. 특히 여자들의 구역은 고립됐다. 남성 의사는 여자가 아플 경우, 손과 혀만 진찰할 수 있었다. 여성의 수절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숙치 못한 여자들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풍습이 됐다.'

동양권 많은 나라의 여성들의 삶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100여 년 전 미국의 남성지식인이었던 저자는 이방인으로서 전설과 신화, 문학과 역사 속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넘나들며 만난 동양 여성의 삶들을 모아 책으로 남겼다. 원제는 '동양 여성들'(Oriental Women)이다. 미국에서 모두 열 권으로 출간된 '여성: 모든 연령과 모든 나라에서' 시리즈의 4권에 해당한다. 최근 이 책이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라는 제목으로 한국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책에는 옛날 옛적 동양 여성들의 우정과 모정, 각 시대 또는 나라마다 나왔던 여성 영웅,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러나 풍습과 관례라는 굴레 속에서 혹독한 삶을 살아야 했던 보통의 동양 여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역사 태동기에서 19세기 말까지 서아시아, 극동 아시아, 동남아시아, 호주 등 방대한 지역을 다룬다. 아주 먼 옛날부터 불과 100년 전 여성들이 겪어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상대적으로 여성 인권이 신장된 요즘과 비교하면 아주 낯설고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든다. 남녀 차별의 이유가 어떤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지금 인간 그 존재 자체로서 존중받고 있는가'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 것도 불과 백년이 채 안 됐다. 책에 담긴 내용이 단지 옛날이야기라고 하기에는 후련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저자는 비록 한 세기 전을 살다 간 서양 남성이지만, 여성의 인권이 증진돼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 여성들의 열등한 위치는 그 대단했던 나라가 쇠락을 길을 걷게 된 한 가지 원인이었다. 로마에서 느낄 수 있는 여성들에 대한 모독은 로마 권력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히브리의 아내와 미망인들을 보호하던 문화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E.B. 폴라드 지음/이미경 옮김/책읽는귀족/2만4000원)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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