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의 눈물…평생직장 실종시대
재계 희망퇴직 상설화…공멸 막기위한 선제적 조정
재계는 못된 기업 딱지, 떠나는 직원은 팍팍한 현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희망퇴직'은 글자그대로 개인이 '희망'해서 퇴직하는 인사제도다.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실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기업은 '직원을 자르는 못된 기업'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실적 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자의든 타의든 희망퇴직을 하는 당사자도 팍팍한 현실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또 다른 기회를 찾겠다'는 꿈은 경력 단절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한다.
삼성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의 희망퇴직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연말 희망퇴직에 이어 올해도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지난해는 직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희망퇴직을 권고했지만 이번엔 해당 직원이 아니라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딱히 정해 놓은 기한도 없다. 희망퇴직이 상시화된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희망퇴직 제도를 상시화하고 있다.
대기업 부장급 간부 직원인 A씨는 지난해 말 평생 다니던 회사에서 희망퇴직했다. 임원 승진은 요원하고 그나마 회사 사정이 좋을 때 희망퇴직을 해야 위로금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거액의 퇴직금과 1년치 연봉, 위로금을 받긴 했지만 막막하다. 지금 다니던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 또 다른 직업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없는 신세대 직원들은 생각이 또 다르다. 회사가 좋은 조건에 위로금을 챙겨줄 때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대리급 직원 B씨도 최근 희망퇴직을 하면서 회사로부터 1억8000만원 정도를 받았다. 단시간에 목돈을 받으며 회사를 떠나는 그를 동료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B씨도 내심 미래가 걱정이긴 하다. "젊지 않았다면 이같은 모험을 시도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그는 고백했다.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기업들도 시름이 깊다. 저성과자 해고를 비롯한 노동개혁 없이 희망퇴직만으로는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은 위로금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와 공들여 키워 놓은 핵심 인력 유출도 걱정이다. 남아 있는 직원들의 저하된 사기와 고용 불안에 대한 불만도 우려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431명 중 67.4%가 '회사가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면 신청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퇴사 생각은 없지만 위로금을 주면 신청하겠다'는 대답이 46.8%로 가장 많았고 '평생 이 회사에서 근무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이 26.7%로 뒤를 이었다. 희망퇴직 제도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여파가 더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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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저성장 시대의 문턱에 들어선 재계는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 위해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에 고심하고 있다. 회복 불능의 위기 상황에 빠지기 전 선제적으로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그 와중에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업도, 직원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희망퇴직의 순기능을 살려야 하는 것은 산업구조 개혁의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만호 고려대 교수(경영대학)는 최근 토론회에서 "철강, 유화, 조선업 등 주력 업종들의 불경기가 이어지며 적자전환되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 규모를 줄이기 위해선 희망퇴직 등을 통한 선제적 인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성춘 서울대학교 교수(경영대학)는 "미국은 퇴사와 재취업이 일반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고, 퇴사를 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나 창업의 기회가 많이 열려 있어 활발하게 고용시장이 움직이는 데 한국에서 그런 모습이 가능해 질지 의문"이라며 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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