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엔 관심없고 돈에만 관심있어" 당시 언론 개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어린이들이 명절 중 유독 설날을 기다리는 이유는 설날에만 존재하는 '세뱃돈 특수' 때문이다. 지금은 세뱃돈이 일상화 되면서 세뱃돈용 신권을 구하기 위한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세뱃돈의 역사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일본도 우리에 비해 세뱃돈 문화가 꽤 빨리 시작됐다. 서기 17세기 에도 막부(江戶幕府)시대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설 명절 때 오토시다마(御年玉)라는 세뱃돈을 주기 시작했다. 중앙정부에서 발행하는 화폐는 금화와 은화, 동전 등 3가지로 나뉘어 있었고 각 지역에서 별도로 발행한 지폐가 등장하면서 세뱃돈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세뱃돈 풍습도 일제시대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말기까지 세배는 존재했지만 지금과 같은 세뱃돈은 없었다. 세배를 오는 아이들에게는 주로 떡이나 과일 등 먹을 것을 주곤했다. 다만 '세뱃삯'이란 독특한 풍습이 있었다. 19세기 조선의 세시풍속기를 다룬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당시 바깥 출입이 어려웠던 양반가 여성들은 '문안비(問安婢)'라 하여 하인들을 일가친척들에게 보내 대신 새해 문안을 드렸다. 이 문안비를 다녀온 하인에게 세뱃삯을 챙겨줬다고 기록돼있다.
세뱃돈 풍습에 대해 당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1935년 2월7일자 동아일보 사설에는 세뱃돈에 대해 "돈을 알기 시작한 천진난만한 어린이들 네살부터 팔구세까지는 거의 다 어른께 인사한다는 의미보다 세배값 받으려고 세배하는 일이 많다"고 비판한 글이 나와 있다.
100년이 안되는 짧은 역사지만 세뱃돈은 한국의 세시풍습으로 정착하면서 시대변화와 함께 하고 있다. 이제는 현금 대신 다양한 유가증권으로도 세뱃돈을 준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상품권, 온라인 교육사이트 수강권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부유층의 경우에는 예금이나 펀드에 가입했다가 설날 아침 자녀들에게 건네주거나 은행에서 내놓은 달러화ㆍ유로화 등 외화(外貨)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주는 경우도 있다. 새해 덕담을 새긴 '골드 바 기프트 카드'도 등장하며 새뱃돈은 시대를 타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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