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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챔피언 꺾은 인공지능…60년후에는 인간 따라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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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의 인공지능 '진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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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인공지능 역사의 중대 사건(a historic milestone in artificial intelligence)."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28일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를 꺾자 이렇게 평가했다. AI가 바둑으로 인간을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7년 체스 챔피언, 2011년 퀴즈쇼 챔피언을 누른 데 이어 AI의 발전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남게 됐다. 학술적 개념으로서의 AI가 탄생한 지 60년만에 이룩한 '쾌거'다.
인류가 AI를 꿈꿔온 것은 신화시대부터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청동거인 '탈로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으로, 크레타 섬을 하루 세 번 순찰하며 무단으로 접근하는 배들을 막아냈다. 문헌상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로봇(Robot)'이다. 지능을 갖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에 대한 열망은 이후로도 여러 차례 역사상에 등장하지만, 학문이라기보다는 '상상'에 가까웠다.

현대적 의미의 AI가 등장한 것은 1950년대다.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과학자 앨런 튜링은 자신의 논문에서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가 인간과 기계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튜링 테스트'다. 만약 AI가 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면, 인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도 AI를 본격적으로 연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1956년 여름, 미국 뉴햄프셔 주 하노버에 위치한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마빈 민스키, 존 매카시, 클로드 섀넌, 너대니얼 로체스터 등 당대의 유명 수학ㆍ과학자 10명이 모여 두 달간 AI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AI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때다. 그들의 목표는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들기 위한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AI의 미래를 낙관했다. 당시 하버드대 교수였던 마빈 민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는 훗날 발간한 책에서 "그때만 해도,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AI를 창조하는 문제를 충분히 풀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회고했다. 때마침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으로 인해 양국간 AI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10여년간 황금기가 이어졌다. 1959년에는 민스키와 매카시 교수 주도하에 MIT에 첫 AI 연구실이 생겼고, 매카시는 AI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리스프(LISP)를 만들었다. 이들은 1970년대 말쯤 되면 AI 프로그램이 체스 챔피언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AI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미국의 베트남전 패전까지 겹치며, 1974년부터 1980년대까지 연구비가 급감하는 'AI 혹한기'가 찾아왔다.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겨우 분위기가 바뀌었다. AI가 전문가들의 판단을 흉내 내도록 하는 '전문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다. 1989년 카네기 멜론 대학은 전문가 시스템을 바탕으로 추후 IBM 슈퍼컴퓨터 '딥 블루'의 원형이 된 '딥 소트(Deep Thought)'를 만들어낸다. 이 컴퓨터는 프로기사 수준의 체스를 둘 수 있었다.

1997년 5월 11일, AI 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카네기 멜론 대학 출신 연구자들이 만든 '딥 블루'가 당대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것이다. 딥 블루의 메모리에는 지난 100년간 열린 주요 체스 경기들의 기보가 저장되어 있었다. 민스키 교수의 예상이 20년 뒤에야 실현된 것이다.

2005년에는 미 첨단국방연구청(DARPA)이 개최한 그랜드 챌린지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로봇 무인차가 모하비 사막을 횡단해 200㎞가 넘는 코스를 완주했고, 2011년에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유명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역대 챔피언 둘을 누르고 1등을 차지해 100만달러를 차지했다.

최근의 AI는 전문가의 지식을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 기법을 통해 좀 더 인간에 가까운 사고ㆍ학습 능력을 자랑한다. 바둑 챔피언을 이긴 알파고 역시 머신 러닝 기법이 활용됐다. 하지만 인간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어린애도 구분하는 고양이와 개를 AI는 구분하지 못한다.

이 차이도 시간이 지나면 메워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철학자인 닉 보스트롬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기계가 인간 학습 수준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물은 결과, 2040년께 50%를, 2075년께 90%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우리는 머지않아 기계와 공존하는 시대를 맞게 될 지도 모른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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