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등 장거리노선도 생겨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2005년 저비용항공사(LCC)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LCC가 등장하기 전인 1997년부터 2004년까지는 국내선 항공요금의 평균 인상률이 15%에 달하던 시절이었다. 이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4.6%)을 감안하면 무려 3배 이상 치솟은 것. '비행기 타기가 겁난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가볍게 해줬고, 요금 부담이 줄어들자 항공 수요도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는 대양주(29.1%), 일본(23.7%), 동남아(13.9%) 노선이 10% 이상 늘어난 반면 유럽(8.3%), 미주(7.2%) 노선은 7~8%에 그쳤다. LCC가 운영하고 있는 중단거리 노선의 여행객 수 증가폭이 LCC가 운항하지 않은 지역보다 더 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중단거리 노선은 LCC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LCC 여객 3000만명을 포함해 1∼2년 안에 항공여객 연간 1억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LCC의 등장은 대형항공사의 항공요금을 낮추는 효과도 낳았다. LCC들의 선전으로 중단거리 노선에서 박리다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요금을 낮출 수 밖에 없게 된 것.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국제선 수송 단가는 전년대비 약 15%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LCC 참여로 인한 경쟁심화로 인한 항공요금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영업이익 감소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신규노선 개척도 적극적이다. 국내 LCC 업계가 운항하는 해외노선 수는 총 103개다. 2014년 말 65개과 비교하면 58% 증가한 수준이다. 국내 LCC들이 운항 중인 항공기 수도 82대로, 2014년 말 62대 보다 20대 증가했다. 필리핀ㆍ괌ㆍ태국ㆍ홍콩ㆍ일본 등 중단거리 위주에서 최근 하와이 노선까지 취항하며 장거리 시장에도 진출했다.
LCC 태동과 성장은 항공권 가격 거품을 빼 항공산업 전체 성장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 불필요한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 외주용역을 통해 항공기 유지 관리비 최소화, 티켓의 영업유통 과정을 단순화해 운임 단가를 최대한 낮춘 결과다. 이 같은 비용 구조 개선으로 항공수요와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한 달 뒤 출발하는 태국행 항공권(편도기준)은 가장 비싼 요금은 96만3800원(아시아나항공)이다. 이에 비해 LCC인 제주항공은 35만원이다. 같은 노선인데도 가격 차이는 3배 가까이 벌어진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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