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김민우, 이장우, 김광석, 이승기...입영노래史
입영노래의 효시로 꼽히는 곡은 최백호의 '입영전야'다. 70~80년대 선술집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며 소주잔을 들어 건배하는 풍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노래는 70년대 강제징집으로 군대를 가게 된 한 대학생이 쓴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에는 강한 저항정신과 동지들과 이별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반영돼 있었다. 하지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저항정신은 살리지 못했다.
최백호는 노래한다. "뽀얀 담배 연기/ 둥근 너의 얼굴 보이고 / 넘치는 술잔엔 너의 웃음이 / 정든 우리 헤어져도 / 다시 만날 그날까지" 그 시절 군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담배는 계속 피워야 했고 이별의 아쉬움에 술은 넘치도록 따라야 했다. 그리고 노래는 클라이맥스로 간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 잔을 들어라" 목청 터져라 합창하며 잔을 들었는데 한 번에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이만한 권주가도 없는 셈이다. 2절에서는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덧붙인 가사들이 눈에 띈다. "내 나라 위해 떠나는 몸 / 뜨거운 피는 가슴에" 그러면서 또 한 잔을 마신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 잔을 들어라"
하지만 90년대가 되면서 입영노래의 감성은 우정에서 연인 사이의 사랑으로 바뀐다.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가 대표적이다. 1990년 김민우의 1집에 실린 이 노래는 당시 복무 기간인 3년 동안 연인이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절절한 감정을 담고 있다. 김민우는 노래한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 손 흔드는 사람들 속에 그댈 남겨두긴 싫어" 하고 싶은 말은 다음에 나온다. "삼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댄 나를 잊을까 / 기다리지 말라고 한 건 미안했기 때문이야"
1995년 발매된 이장우의 '훈련소로 가는 길'은 보다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낸다. "날 기다리진 마 / 내게 부담주기 싫어 / 좋은 사람 만날 기회를 나 때문에 피하지는 마 / 하지만 그래도 니가 나를 못잊어 / 아무것도 없이 새로 시작할 날 허락한다면 / 그땐 너와 결혼을 하고 싶어" 군대 가면서 제대 후 결혼까지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있다. "너무 슬프게는 울지마 내가 괜히 미안하잖아 / 이제 한동안 못보겠지만 / 내 생각이 날 때 가끔 면회나 와줘"
김광석이 1993년 리메이크 음반인 '다시 부르기'에 담은 '이등병의 편지'는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 젊은 날 군대를 가는 것에 대한 종합적인 감정이 반영돼 있다. 김광석은 노래한다. "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꼭 해다오 /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그러면서 입대를 통해 바뀌게 될 삶의 지형에 대해 희망을 품는다.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 풀 한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2016년 군대 복무기간은 90년대와 달리 21개월로 짧아졌다. 그래서 그리 미안해하지 않고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있다. 이승기는 노래한다. "나 군대 간다 담담히 뱉은 말 / 잠시뿐이야 곧 돌아올 거야 / 기다리란 그 말 뒤로한 채 /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 말만 남긴다" 하지만 기간이 짧다고 해도 젊은 연인이 2년여를 떨어져 있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보고 싶을 거야 참 그리울 거야 / 널 위로하려던 내가 눈물 나서 / 아무 말 못하고 그저 바라본다 / 그리울 네 얼굴 한 번 더 새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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