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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받기도 겁난다, 얼어붙은 여의도

최종수정 2016.01.21 11:24 기사입력 2016.01.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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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받기도 겁난다, 얼어붙은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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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민영 기자]20일 밤 10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후문 사거리에 있는 포장마차촌. 1차에서 한 잔을 걸친 여의도 증권맨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매서운 한파로 썰렁했던 포장마차촌도 이들의 체온으로 뜨거워진다. ▶관련기사 15면

하지만 이곳을 찾은 증권맨의 마음은 바깥 공기보다 더 차갑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야 이들의 마음도 따뜻해질 텐데, 최근 폭락세에 기댈 곳조차 없어진 탓이다. 포장마차를 찾은 A증권사 법인영업팀장은 "분위기가 무겁다. 다들 아침에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한다. 낮에 여의도 거래소 후문 쪽 인도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한숨만 늘어간다"며 소주잔을 들이켰다. 이 팀장의 말에 포장마차 안 취객들의 동공이 흔들린다.
최근 패닉에 빠진 여의도 증권가의 풍경이다. 새해의 힘찬 목소리는 사라지고 한숨만 들리는 게 요즘 증권사의 현실이다. 파랗게 물든 시세판에 증권맨들의 가슴도 시퍼렇게 멍들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850선과 670선이 무너진 20일 오후에는 증권맨들의 패닉이 절정에 도달했다. 증권사 고객센터와 영업점에는 항의 전화로 모든 회선이 불통이 됐을 정도였다. 오후 1시께부터 지수가 맥없이 무너지자 낙담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져서다.

B증권사 광화문 지점장은 "(20일) 오후 들어 지수가 폭락하자 상품을 판 직원을 찾는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격앙된 고객들의 목소리에 '직원이 외근 나가서 없다'는 거짓말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C증권사 여의도 본점은 아예 시세판을 끄고 싶을 정도로 방문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점 직원들은 상담을 중단한 채 "곧 안정을 찾을 테니 지켜봐 달라"는 말로 성난 고객들을 달래야만 했다.

증권사 직원들은 요즘 어디를 가도 죄인 취급을 당한다고 토로한다. 주위에서 증권사 신분증을 건 자신을 보고 왠지 욕을 할 것만 같아서다. D증권사 자산관리사는 "점심시간에 신분증을 주머니에 숨기고 나간다"며 "요즘 지인들로부터 주식 투자에 대한 문의도 많이 받고 있으나 무슨 상품이나 종목을 사라고 권유하기가 겁난다"고 털어놨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주가가 하락한 업종을 맡고 있는 연구원들의 표정은 더욱 어둡다. 리포트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ㆍ이메일까지 공개하는데, 이를 보고 항의 전화를 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그나마 실적이 좋아 주가가 상승세인 업종을 맡고 있는 연구원들은 사정이 나은데 이들도 주변 눈치를 보느라 표정관리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E증권사 리서치센터 중소형주(스몰캡) 팀장은 "대형주의 경우 철강, 조선, 해운 담당 연구원들은 요즘 출근하기가 겁난다"며 "중소형주 연구원들은 그나마 다행인 게, 바이오주가 뜨고 있는 데다 업종 구별 없이 맡고 있어 그들보다 맘이 편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출근해서만 아니라 퇴근 후 집안 분위기도 지수만큼이나 싸늘해졌다. 18년 차 증권사 직원인 F씨는 "순댓국에 소주 마시고 들어가면 집안 분위기도 싸늘하다. 마누라와 아이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거실에서 TV 보던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요즘은 와이프가 매일 지수와 주가를 본다. 지수 떨어지면 집안 분위기도 냉랭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증권맨들을 패닉에 빠뜨리는 것은 증시 급락만이 아니다. 연초부터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설이 전해지고 있는 데다 검찰의 여의도 증권사ㆍ자산운용사 사정설이 나오면서 더욱 위축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검찰의 칼날이 불법 자전거래(회사 내부 계좌로만 금융상품 거래)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주가조작 등 전방위로 뻗어 가는 모양새"라며 "여의도 증권가에 대해 산발적 수사만 진행했던 검찰이 차제에 '발본색원'의 기세로 수사를 이어가자 증권가는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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