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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④]'타이타닉' 캐머런…'다크나이트' 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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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세상을 놀라게 했나…폭스·워너의 간판 감독 라이벌

영화 '타이타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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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20세기폭스에 '타이타닉(1997)'의 제작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타이타닉호를 배경으로 펼치는 두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은 전 세계를 매혹할 여지가 충분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제임스 캐머런(62) 감독의 관심사는 이야기보다 대형 호화여색선의 침몰이었다. 멕시코에 실제 타이타닉호의 80% 크기로 세트를 만들었다. 침몰 과정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하는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 그가 책정한 제작비는 2억달러(약 2342억원)였다.

20세기폭스는 캐머런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그의 연출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연은 '에일리언2(1986)'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폭스는 '에일리언(1979)'의 속편을 만들고 싶었지만 많은 제작비를 쏟는데 부담을 느꼈다. 책정한 예산은 1700만달러(약 199억원). 제작자 게일 앤 허드(61)는 저예산으로 '터미네이터(1984)'를 흥행시킨 당시 남편 캐머런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캐머런은 더 크고 자극적이어야 한다는 속편의 법칙을 따르면서도 전혀 다른 스타일을 선보여 1억8330만달러(약 2145억원)를 20세기폭스에 안겼다.
영화 '타이타닉' 스틸 컷

영화 '타이타닉'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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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계속 작품을 합작했지만 제작비를 두고 자주 마찰했다. 20세기폭스는 캐머런의 '어비스(1988)'의 제작을 허락했지만 당초 4300만달러(약 503억원)보다 2700만달러(약 316억원)가 많은 7000만달러(약 819억원)를 썼다. 영화는 9000만달러(약 1053억원)를 벌어 적자를 면했다. 캐머런은 '트루 라이즈(1994)'를 만들 때도 20세기폭스의 속을 썩였다. 1억달러(약 1171억원)를 넘기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무시하고 당시 사상 최고인 1억2000만달러(약 1404억원)를 썼다. 영화는 3억8800만달러(약 4545억원)로 크게 히트했다.

캐머런은 '타이타닉' 때도 악습을 버리지 못했다. 20세기폭스는 계속된 제작비 초과에 보험을 들었다. 파라마운트에 6500만달러(약 761억원)를 투자받고 북미 배급권을 내줬다. 총 제작비가 4억달러(약 4686억원)에 육박한다는 소문이 돌 때였다. 경영진은 피가 말랐지만 캐머런은 의연했다. 연출료 800만달러(약 93억원)와 러닝개런티를 포기하며 "'타이타닉'이 흥행에 실패하면 '터미네이터3'를 무료로 찍어주겠다"고 했다. 영화는 전 세계에서 22억761만5668달러(약 2조5862억원)를 벌었고, 캐머런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며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했다. 20세기폭스는 "캐머런이 신작을 만들면 제작비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영화 '다크나이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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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이 20세기폭스를 대표한다면 워너브러더스에는 크리스토퍼 놀런(46)이 있다. 2000년 내놓은 '메멘토'가 평단과 관객을 충격과 감탄에 빠뜨리면서 할리우드를 이끌 주자로 급부상했다. 워너브러더스는 검증된 감독을 영입하는데 탁월한 제작사다. 20세기폭스가 브로드웨이에서 어렵게 데려온 엘리아 카잔을 가로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 등을 제작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배급하면서 연출력을 높게 산 스탠리 큐브릭에게는 모든 영화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해 '시계태엽 오렌지(1971)', '샤이닝(1980)', '풀 메탈 자켓(1987)' 등을 합작했다.
영화 '다크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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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의 눈에 비친 놀런은 또 다른 큐브릭이었다. 특히 2002년 회장을 맡은 제프 로비노프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능력에 감탄했고, 당시 가장 큰 프로젝트였던 '배트맨 비긴즈(2005)'를 맡겼다. 놀런은 '배트맨'이 되는 주인공의 모습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슈퍼 히어로라는 기본적인 틀에서 느와르와 스릴러의 요소를 접목시켜 걸작을 완성했다. 로비노프는 "우리에게 가족과도 같은 놀런의 작품들은 동세대 영화팬들에게 강렬한 이미지와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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