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韓日합의…경제는 웃고 소녀는 울다
위안부 '최종적 해결' 합의로 관계 정상화 탄력, 한미일 3각공조 재정비·경제논의 활발해질 듯…내년 3월 朴·아베 정상회담 가능성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한국과 일본이 정부 차원의 위안부 해법에 합의함에 따라 3년 넘게 삐걱대 온 양국 관계가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한일 협력을 기초로 하는 한ㆍ미ㆍ일 3각 공조의 재정비는 동북아 안정에 기여할 것이며, 경제협력 활성화 기대감은 양국 경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현실론에 입각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합의 내용을 승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향후 국내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이냐다. 한일관계 정상화를 압박해온 미국의 입장까지 고려해 '연내 타결'에 집착한 결과는 집권 4년차 박 대통령의 발목을 단단히 잡아맬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28일 오후 합의 발표가 있은 직후 이례적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대승적 견지에서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는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29일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원칙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상처가 치유되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에 따라서 이뤄졌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부정적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추가적인 피해자 설득에 나설 여지는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합의 내용이 피해자 할머니들의 요구 수준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할머니들을 만나 '현실적 불가피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자칫 잘못된 협상이라는 점을 대통령 스스로 시인하는 모양새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행보를 정하겠으나 당장은 한일관계 정상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참석 예정인 국제회의가 장소나 시점 측면에서 적당하다. 미국에서 열리는 이 회의에서 한ㆍ미ㆍ일 정상이 손을 맞잡는 것은 동북아 3각 공조의 굳건함을 확인하는 효과가 있지만,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소했다는 것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공증' 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으로 종결됐음'을 국제사회에 선언하는 셈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한일관계 개선은 없다'는 원칙론을 견지하면서 박 대통령 스스로 만들어낸 외교적 딜레마로부터 3년 만에 벗어나는 것이지만, 과연 그 원칙이 지켜졌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의 국가적 범죄(법적책임) 인정과 국가 차원의 배상,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고, 박 대통령의 원칙론도 이와 동일한 내용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요구는 실현되지 못했다. 특히 소녀상 이전 문제까지 한국 정부가 떠안은 것은 국민 정서를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통해 재차 국민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이며, 3ㆍ1절 기념사에서 한일관계의 비전과 위안부 해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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