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책임있는 사과·日정부 예산 10억엔 투입
후퇴, '최종해결' 논란·법적책임 회피·소녀상 이전
민간단체 "외교적 담합"…독도·역사교과서 문제도 관심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다. 사진은 공동기자회견 장면.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다. 사진은 공동기자회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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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24년만에 최종 타결됐지만 '후퇴한 협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위안부 관련 재단설립을 위한 10억엔(약 96억원) 지원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우리 측 입장에서 오히려 잃은 것이 많다는 평가 때문이다. 특히 핵심 쟁점인 '법적 책임'에 대한 일본의 불명확한 입장과 소녀상 이전 등은 앞으로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한일 협상에서 이룬 '2보 전진'=우리 정부가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사과' 표명과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재단설립 예산 10억엔 지원이다.


이번에 이뤄진 사죄 표현은 그 동안 일본 측이 제시한 안 중에서 가장 전향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 2012년 '사사에안'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사에안은 2011년 한국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정부가 다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나온 일본측 안이다.

사사에 겐이치로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이름을 따 '사사에안'이라고 불린다. 여기서 일본 측은 총리가 직접 사과 편지를 보내고,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보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정부차원 공개적 입장표명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후 공동기자회견 발표문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협상 타결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29일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향으로 이 사안이 해결돼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에 따라 (이번 협상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재단에 일본 측에서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예전에 조성된 아시아여성기금은 민간지원금이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일본 정부 예산으로 전액 지원된다.


'2보 전진, 3보 후퇴'…위안부 문제 "되돌릴 수 없는 길로" 원본보기 아이콘

◆여론 반발 가능성 높은 '3보 후퇴'=하지만 '불가역' 명시와 법적책임 회피, 소녀상 이전 등은 앞으로 갈등의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우선 '불가역' 명시 부분이다. 이날 한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측이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전제로 "이 문제(위안부) 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예산출연 약속을 전제로 미래형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을 확인한 것이다. 향후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거론하기 힘든 상황을 만든 셈이다.


'불가역' 명시는 결국 위안부 회담의 핵심 쟁점인 일본의 '법적 책임'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앞으로 관련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기시다 외무상은 일본 취재진을 만나 한국이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10억엔' 예산의 성격과 관련해 "배상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군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외교적 담합"이라고 날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회담 전부터 논란이 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는 우리 정부가 당장 불을 꺼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리 정부는 일본측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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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민간단체의 후원으로 설립된 소녀상을 양국 정부 간 협상의 대상으로 삼기 힘든 과제인데 우리 측이 소녀상 이전문제 해결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봤다는 지적이다. 향후 사회갈등의 핵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협상타결 이후에도 한일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 독도 영유권 및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 그 동안 한일 관계의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사안들이 불거질 경우 한일 관계는 재차 냉각기에 들어갈 수 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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