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 혹은 지인들이 모이면 칠면조 요리로 만찬을 즐기는 것이 미국의 오랜 풍습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들이 풍성한 수확과 인디언 이웃들의 도움에 감사하기 위해 칠면조 요리로 만찬을 즐겼던 데서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선 갈수록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표현이 어색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수감사절 할인 행사를 다음 날인 금요일 하루에만 국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11월 들어서면서부터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시작했고, 이를 아예 연말 성탄절 쇼핑시즌까지 이어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블랙 프라이데이는 사라지고 '블랙 노벰버(BlacK November)'가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자동차업체들은 이달부터 대대적인 세일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경우 TV 광고를 통해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소개하면서도 '한 달 내내 대폭 할인(Big savings all month)'을 강조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까지 기다릴 필요없다'는 말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국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도 이미 일부 의류를 60% 할인 판매하며 블랙 노벰버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회원제 소매업체 샘스클럽도 지난 14일부터 블랙 프라이데이 특가품을 내놓으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러니 굳이 블랙 프라이데이 새벽에 맞춰 업소 문을 열 필요도 없어졌다. 아예 추수감사절 당일부터 점포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추수감사절 당일 영업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월마트와 메이시스 백화점은 추수감사절 오후 6시부터 점포 문을 열어 손님을 맞는다. 전자제품 전문 판매 업소 베스트바이는 이보다 1시간 앞선 오후 5시부터 오픈이다. 대목을 노리는 장난감 판매업체 토이저러스도 오후 5시 개장에 동참했다.
이처럼 블랙 프라이데이가 블랙 노벰버로 바뀌고 있는 것은 유통업계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 업체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단발성 행사로는 한 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 결정적이다. 블랙 노벰버 마케팅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점차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메이시스 백화점은 지난 11일 지난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 연속 감소세다. 올해 들어 이미 25%나 하락한 메이시스 주가는 이날 13.99%나 추가로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요즘은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온라인 업체들이 특별할인에 나서는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ㆍ추수감사절 이후 첫 월요일)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경제 채널 CNBC도 전문업체 조사를 인용, 올해 사이버 먼데이 예상 매출은 30억달러를 넘어서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이 연중 내내 싼값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유통업체들이 굳이 블랙 프라이데이만을 고집할 필요는 더더욱 없어진 것이다.
아마존의 시가총액면은 이미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월마트를 넘어섰다. 지난달 14일 기준으로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548억달러였지만 월마트의 시총은 2000억달러에 머물렀다.
오프라인 소매업체들도 자체 온라인 쇼핑 웹사이트를 내세워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베스트바이와 월마트는 일찌감치 온라인을 통해서도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장기 불황과 온라인 상거래라는 새로운 소비패턴 앞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도 기억 속으로 사라질 처지다.
김근철 기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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