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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재발견]'살리에리 증후군', 은근히 찔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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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왜, 질투를 좋아할까

영화 '아마데우스' 스틸 컷

영화 '아마데우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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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오, 신이시여! 어찌하여 제게는 귀만 주고 손은 주지 않으셨나이까?"

영화 '아마데우스(1984)'에서 궁정 악단장 안토니오 살리에르(F. 머레이 아브라함)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톰 헐스)를 시기한다.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악상을 떠올리는 천재성과 방정맞은 웃음소리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살리에르는 천재적 재능에 거듭 좌절한 끝에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평범한 사람과 천재의 차이가 아니다. 관객이 시기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게 한다. 그것은 질투가 아니다. 시기심은 시기자와 피(被)시기자 두 사람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지만 질투는 삼각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채워지지 않은 소망이 다른 사람에게서 이뤄진 것을 느끼고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그 소망이 질투로 변한다. 질투심에 가득 찬 마음이 잠시나마 안정을 찾을 때가 있다. 상대에게서 무언가 흠잡을 만한 점이 발견될 때다.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경박함을 여러 차례 지적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흠을 잡을 수 없었으니 더 불쌍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불의 전차' 스틸 컷

영화 '불의 전차'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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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질투의 본질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불의 전차(1981)'의 해롤드 아브라함(벤 크로스)이 대표적이다. 육상경기에서의 승리로 유대인 콤플렉스를 해소하던 그는 더 뛰어난 선수 에릭 리델(이안 찰슨)의 등장과 함께 2인자로 내려앉는다. 훌륭한 실력에 신사적인 품격까지 갖춘 라이벌에 해롤드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에릭을 목표로 삼아 미친 듯이 연습하고 결국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 에릭이 참여하지 않은 레이스였지만 그것은 더 이상 기록을 단축할 수 없었던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동안 영화에서 주로 다뤄진 질투는 그 첫 반응인 좌절과 여기에서 파생된 파괴적인 자기혐오였다. 한국영화로는 '해피엔드(1999)'가 대표적이다. 은행에서 실직한 서민기(최민식)는 커리어 우먼인 아내 최보라(전도연) 덕에 한가로운 삶을 즐긴다. 그는 아내가 옛 애인 김일범(주진모)과 상습적 만남을 거듭한다는 것을 인지한 뒤 배반감과 상실감에 괴로워한다. 아내 앞에서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끝내 살인을 저지르며 파국을 맞는다. 영화는 살인 과정을 보여주는데 있어 스릴러를 차용한다. 긴장을 증폭시키며 서민기의 섬뜩함을 한껏 살린다. 그것은 여성의 욕망이 갈수록 커지는 현대 한국사회의 뒤에 시퍼렇게 서린 가부장적 사회의 무시무시한 속내다. 질투를 통해 한국사회의 무의식을 차갑게 끄집어냈다.
영화 '해피엔드' 스틸 컷

영화 '해피엔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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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질투가 쓰이는 방식은 다소 평이해졌다. 액션, 느와르 등에서 주로 반전의 장치로 사용된다. 이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감독으로는 유하(52)를 꼽을 수 있다. 그가 그리는 질투의 출발은 동경이다. '말죽거리잔혹사(2004)'에서 현수(권상우)에게 학교짱 우식(이정진)은 당시 최고의 우상이던 이소룡과 같다. '비열한 거리(2006)'에서 병두(조인성)에게 종수(진구)는 오른팔이나 다름없으며, '쌍화점(208)'에서 홍림(조인성)은 고려 왕(주진모)의 호위무사다. 힘들 때 서로의 어깨를 빌려줄 정도로 친밀한 관계는 한 쪽의 성공이나 사랑에서 비롯된 질투로 갈기갈기 찢어진다. 애정과 집착, 살의가 복잡하게 뒤엉킨 비극적인 결말이다.

친밀한 관계에서 질투가 빈번하게 발생된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미나 시카라 교수는 2013년 9월24일 '뉴욕과학아카데미연보'에 지인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평소 그에 대해 느꼈던 부러움이 클수록 기쁨에 해당하는 생리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와 관련이 없거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야에 속한 사람은 아무리 잘나가도 질투를 느끼거나 그 사람의 불행에 기뻐하는 생체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선한 속성에 더 초점을 두고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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