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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 ISA, 근로·사업소득 없으면 '不能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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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은퇴자 소득 없으면 가입 안 되고
알바생·프리랜서·농어민 등 기타소득자 가입 안 되고
새마을금고·우체국선 취급 않고…고소득자 수혜 논란까지
내년 초 도입 앞두고 벌써부터 실효성 의문…허점 보완 필요성 제기

한국·영국·일본 ISA 비교<자료 : 금융위원회>

한국·영국·일본 ISA 비교<자료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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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중견기업에 다니는 50대 후반 A씨는 명예퇴직 후 고향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고 산다. 농사만으론 벌이가 시원찮은 A씨는 노후를 위해 재작년 받은 퇴직금과 회사에 다니면서 착실히 모은 예금을 조금이라도 불릴 생각에 동네 새마을금고를 찾았다. 그는 요즘 '핫'한 절세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가입 문의를 했다가 실망했다.

새마을금고나 우체국은 신탁업 인가가 없어 ISA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니 대도시에 있는 은행이나 증권·보험사를 찾아가라는 안내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또 A씨의 경우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자가 아니라서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A씨는 "평생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모은 돈인데 은퇴해 소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입할 수 없다는 건 어불성설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내년 초 도입을 앞두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ISA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 국민 비과세 통장'이라는 ISA의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소외 계층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15년도 세법개정안 분석에서 "ISA의 도입은 가계의 재산 형성이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한 긍정적 방안으로 보이나 제도의 취지인 신규 저축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소득 수준별 형평성에 관한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ISA나 일본의 NISA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의 자산 형성에 실질적 도움을 주자며 ISA 도입 논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였다. 당시 ISA는 추가 검토 과제 4순위였다. 이후 기획재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의 주요 추진 과제에 들었지만 1년여 잠잠했던 ISA 도입 방안은 올 들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탄력을 받았다.
현재의 큰 틀이 만들어지기까지 2년여가 채 걸리지 않았는데, 일각에서는 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서를 따로 고려하다 보니 허점이 생겼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소득자에 대한 우리 국민 정서나 국회의 지적에 따라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를 제외하는 등 외국과 다른 방향으로 짜다 보니 구심점을 놓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ISA 가입 자격을 근로소득 혹은 사업소득이 있는 자로 제한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나 은퇴 생활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저소득층, 기타소득자인 프리랜서는 물론 영농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농ㆍ어민과 같은 1차 산업 종사자 등은 ISA에 가입할 수 없다. ISA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과 최근 비슷한 제도를 만든 일본은 가입 자격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16세 이상(영국)' 혹은 '만 20세 이상(일본)' 거주자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게 돼 있다.

계좌 선택권 침해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 정부안에는 신탁계좌를 통해서만 ISA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신탁업 취급이 불가능한 우체국이나 새마을금고·단위농협 등 상호금융기관, 신탁업 인가를 획득하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ISA에 가입할 수 없다.

결국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ISA로 인한 세후 수익률 증가 효과가 크지 않아 ISA 신규 가입 유인이 충분하지 않고 저소득층과 같이 저축 여력이 부족한 경우 가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가입 한도를 연 2000만원으로 제한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를 제외하는 등 고소득층의 지나친 수혜를 방지하는 장치를 포함하고 있으나 ISA의 구조상 가입액이 크고 고수익 자산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조세 감면액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임창연 현대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연 2000만원의 납입액 한도 및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5년 간 운용수익의 200만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모든 금융상품을 ISA에 담아 투자하는 것은 절세에 효과적이지 않다"며 "ISA에는 별도로 적용 가능한 비과세·감면 제도가 없고 일반적으로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채권형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담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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