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지난 주말 평양에서 사상 최대규모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을 강조하는 대신 핵과 미사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이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11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25분간 육성 연설을 통해 "우리 당이 믿은 것은 위대한 인민 뿐이었다"며 "당의 힘은 인민의 힘이며 당의 승리는 인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은 열병식 내내 주석단 바로 옆자리에 자리한 중국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각별히 신경쓰며 안내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김정은은 바로 전날 면담에서는 류 상무위원으로부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받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은 축하연설에서 '인민사랑'을 반복해 언급함으로써 애민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계기로 적극 활용했다"며 "류윈산 상무위원과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중북 우호관계 개선 의지와 '국가리더'로서의 모습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8일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북한의 외교적 레버리지는 물론 경제적, 다자적 차원의 레버리지도 갖고 있다"며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레버지리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가 효과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북한이 경축행사 위주로 열병식을 치르면서 인민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 유화 제스쳐를 보이고 있지만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아예 물건너갔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북한은 이번주 후반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메시지를 보고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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