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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의 경제학…경제효과만 70조원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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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상고법원

-상고법원 설치 비용 거의 안들어VS 대법관 증원이 더 비용대비 효율
-경제 효과만 70조 vs"효과 과장, 대법관 증원으로도 같은 효과"
-둘 다 인력 증원+재판속도 ↑ 하급심 신뢰 떨어뜨려 비용 더 늘릴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 법언(法言)에 담긴 함의만큼 상고법원의 도입 취지를 잘 설명해주는 말도 없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국민이 상고사건의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법원을 두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용역 보고서를 통해 상고법원이 생김으로써 수십조의 경제효과까지 나타날 것이라고까지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고법원을 두지 않고 대한변호사협회 주장처럼 대법관을 늘리는 방안은 안 되는 걸까.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사법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대법관 증원과 상고법원 설치의 비용을 비교해 봤다.
◆상고법원 설치비용이 제로? 일선 법원 "인력 증원 불가피"=상고법원 설치안을 발의한 홍일표 의원에 따르면 상고법원 설치에 따른 비용은 표면적으로는 없다. 일단 상고법원에 투입할 15년차 부장판사는 1ㆍ2심 법원에서 선발하는 데다 재판연구관도 대법원에서 데려오기 때문이다. 법관의 정원은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작정 늘리기도 어렵다.

그러나 일선 법원에서는 이 같은 설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1ㆍ2심 판사들의 업무도 과도하게 많은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인력 운용을 할 경우 '윗돌 빼 아랫돌을 괴는 격'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결국 상고법원에서 근무하게 될 법관 인건비를 설치비용으로 추산해야 한다.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필요한 법관은 30명 안팎. 이에 법관의 1년치 비용만 계산해보면 대략 18억504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15년 차 판사의 월급(541만원)을 반영한 것으로, 재판수당·명절휴가비·직급보조비 등은 모두 제외한 수치다. 대법원의 설명과 달리 별도의 재판연구관이 투입된다면 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법원의 정원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현 인원은 아직 정원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판사를 더 증원할 여력이 있다.
여기에다 법원 조직법은 판사가 늘어난 만큼 검사의 수도 늘리도록 하고 있어 인건비는 늘어나게 된다. 상고법원 소법정을 대법원과 함께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제시돼 있지만 밀려드는 재판 규모를 볼 때 별도 법정을 만드는 부담도 추가돼야 한다. 더욱이 각 고등법원이 지역에 있는 것처럼 지역에도 상고법원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소요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대법관 증원도 결국 비용 증가=대법관을 증원할 경우 주요 비용은 대법관과 전임 연구관의 인건비다. 대법관은 최고 법관에 걸맞게 행정부 장관과 같은 예우를 받는다. 관사는 없지만 대형 승용차와 기사가 주어진다. 일반 판사와 달리 대법관 증원시에는 판사에 맞춰 검찰 인력을 더 늘릴 필요는 없다.

올해 인상된 대법관 월급을 기준으로 변협의 안처럼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할 경우 대략적으로 최소 10억4505만원(증원인력 14명x대법관 1년 연봉 8708만원) 이 추가로 소요된다. 서기호 의원의 발의 법안처럼 대법관을 4명만 증원한다면 비용은 1년에 3억4835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고법원 설치나 대법관 증원이나 비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법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므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점, 상고법원은 4심제 가능성 때문에 재판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상고법원ㆍ대법관 증원에 대한 시각차에 따라 서로 주장하는 비용이 다른 측면도 존재한다.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는 변협 등은 상고법원을 설치할 경우 인력이 초기보다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15년차 실력 있는 고등법원 판사들이 상고법원에 흡수됨에 따라 1ㆍ 2심 부실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법원은 기존 고등법원 판사들을 통해 인력 운영을 하면 추가적인 인력 보강이 필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고법원 설치로 경제효과 70조? 반응은 엇갈려=비용에서 별 차이는 없지만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에 따라 주장이 엇갈린다.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대법원과 찬성론자들은 경제효과가 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경제효과가 과대평가됐으며 사실상 4심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 사법불신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허성욱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상고법원 도입으로 대법원이 법령해석 통일과 정책법원 기능을 확대하게 되면 34조5000억원~69조원의 경제성장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우선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약 125일 줄고 오심 가능성은 71% 감소하면서 재판 당사자의 편익도 최대 2124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법치주의 지수가 한 단계 상승하면 1인당 소득이 약 3배 높아진다는 모델을 적용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경제효과가 과대평가 됐다며 제대로 측정됐다 하더라도 대법관 증원을 하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장주영 대한변호사협회 상고심제도개선 TF담당 변호사는 "대법원 논리를 찬성하는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대법관 증원으로 도 충분히 상고법원 도입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빨라지는 판결속도, 사법정의 역효과 우려도=법원의 재판은 늘어나는 추세다. 소송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권리구제에 나서려는 흐름이 엿보인다. 한 번 소송을 하면 끝까지 가겠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상고법원 설치나 대법관 증원 모두 인력을 늘려 늘어나는 재판에 대응한다는 부분에서는 견해가 일치한다. 현재의 대법원이 상고심 사건을 다 처리하기에는 무리라는 인식이다.

사건 증가로 대법원 판결이 점점 지연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판결 속도전'을 둘러싼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두른 판결은 '좋은 것', 늦은 판결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는 문제가 있다는 시선이다. 설익은 판결이 사법 불신을 낳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비용을 증대할 것이란 지적도 이 때문이다.

재경지역의 한 판사는 "타이밍이 중요한 사건도 있지만 처리 속도가 빨라졌을 때 1ㆍ2심에 대한 불신은 거꾸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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