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은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은 물론이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이고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금호터미널, 에어부산, 금호사옥, 아시아나IDT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금호산업은 곧 금호아사아나그룹'을 의미한다. 박 회장으로선 금호산업 인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채권단도 원하는 가격에 금호산업을 매각하고 싶지만 안팎의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고 매각 일정 등을 감안하면 마냥 시간을 끌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이 가격을 결정해 박 회장에게 통보하면, 박 회장은 한달 내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통보 후 2주 내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게 된다.
만약 채권단이 산정한 가격을 박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면 채권단은 이후 6개월간 같은 조건으로 제3자에 매각을 추진한다. 여기서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부활한다.
채권단은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금호산업 주식의 적정 가격을 주당 3만1000원으로 보고받고, 여기에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프리미엄으로 주당 2만8000원을 얹었다.
이에 견줘 박 회장 측은 금호산업의 최근 3개월 주가,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의 3개월 주가를 반영해 금호산업 지분 매수 기준가를 주당 2만5906원으로계산했다.채권단 실사가격 3만1000원보다 낮게 잡은 것은 최근 3개월간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회장 측은 기준가로 정한 주당 2만5906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45%(1만1657원)를 더해 주당 매입가를 3만7564원으로 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에 제시한 인수가는 여러가지 면을 고려했을 때, 본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가격"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박 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을 두고, 채권단 내부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을 중심으로 한 재무적 투자자들은 최대한 가격을 높게 책정해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 등 일부 채권간은 대내외 경제여건과 주식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조속한 매각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과 박 회장측을 대상으로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측은 절실하고 채권단은 다급한 상황이어서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는 지점에서 금호산업 매각가격의 절충점도 찾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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