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타로증시]증시에 뜬 두 '태양', 달러와 위안화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주 국내증시는 '10시15분'의 공포에서 사흘연속 떨어야했다. 중국 증시 개장 직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위안화를 4.66% 평가절하한다고 고시하면서 국내증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안 그래도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을 앞두고 경계심이 커져있던 증시 입장에서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 소식은 큰 타격이 됐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며 서서히 빠져나가던 외국계자금의 유출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경기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일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증폭시켰고 미국 금리인상과 더불어 신흥국 자산에 대한 매력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위험요소로 작용했다. 국내증시는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내려와 1950선이 무너지기도했고 코스닥은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근원적인 공포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환율전쟁에 뛰어들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이어 중국이 자국 경기 방어를 위해 일본식의 근린궁핍화 정책을 펼 경우 국내 경기 및 증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미 달러화 급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로 인해 달러급등 속도가 더욱 올라갈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매도세가 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위안화 평가 절하 자체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의지를 보여준만큼 국내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더 크다. 일본과 달리 중국과 경합도가 높지 않은 국내산업은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수출경쟁력이 커져 수출이 늘게되면 함께 대중국 수출이 올라가므로 호재로 작용한다. 타로카드로 비유하자면 이 자체로만 봤을 때는 좋은 기운을 나눠받는 태양(The Sun)카드에 비유된다.
그러나 달러화와 더불어 위안화가 국내증시에 새로운 변수가 되면서 하늘에 태양이 두개가 떠있는 형국이 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개별변수로 놓자면 모두 국내 경기 및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함께 작용한다면 타는듯한 뜨거움만 줄수도 있다.
이번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두고 환율전쟁에 대한 개입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미국과 중국간의 경제적인 알력을 염려하고 있다. 지난 3일 국제통화기금(IMF)가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결정을 9개월 가량 미룰 수 있다고 시사한 이후 벌어진 위안화 평가절하의 시점이 미묘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들어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이 14%나 상승했음에도 지금까지 한번도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았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련의 사태들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정책이 중국정부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수년간 SDR 편입을 준비했던 중국정부의 실망감도 다소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낙관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조치를 일본의 엔저정책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국내증시도 지난 13일 3번째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장 초반 하락세를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위안화와 달러 고시환율과 시장환율간 격차가 심했던 부분이 중국경제에 큰 부담이었고 정책적인 환율전쟁과 같은 일본식 엔저정책과는 다른 상황"이라며 "위안화 변동성은 이번 조치이후 점차 축소될 것이며 시장도 단기적인 충격에서 벗어나 위안화 절하로 인한 수혜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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