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오는 9월 시행을 앞둔 계좌이동제가 은행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 우리보다 한발 앞서 계좌이동제를 도입했던 영국·호주의 금융전문가들은 계좌이동제의 성공조건으로 '선(先)협력 후(後)차별화'를 주문했다.
팀 유딘 영국 금융결제원 금융망부문 대표는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아시아금융포럼에서 "영국의 당좌계좌공급자 100%가 이 서비스에 협력했다. 고객의 이익을 위해 차별성을 잠시 양보할 때 새로운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니콜라스 호삭 전 호주은행연합회장도 은행들의 협력으로 완성된 계좌 이동제가 산업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중은행은 계좌이동제가 시장점유율을 개선시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고객들을 위한 절차 간편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경쟁적인 차별화는 나중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처음으로 계좌이동제를 선보인 호주는 2012년 한층 강화된 서비스를 내놨다. 중앙시스템을 개발해 각종 이체 정보를 각종 이체 정보를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호삭 전 회장은 고객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운영해야 장기 고객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은행들은 보너스 이자율 같은 단기적인 장려책을 제공할 것이지만, 고객들을 장기간 유치하려면 혁신과 고객가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팀 유딘 대표는 "계좌를 이동시키기 위한 절차가 모두 전산으로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사전확인 작업은 중요하다"며 "영국의 중앙IT시스템은 첫날부터 무리 없이 작동했다"고 전했다. 호삭 전 회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는 호주의 시스템에서 정보거래는 고객에게 동의를 구하고 동의를 구해 진행된다"며 "계좌이동 시스템의 사용도 통제와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계좌이동제가 실시되면 은행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호삭 전 회장은 "시중은행들은 계좌이동제가 시장점유율을 개선시킬 좋은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며 "은행들은 사회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해온 만큼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 산업전체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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