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위 뛰어오른 아모레퍼시픽, 성장에 대한 목마름 보여준 것"
한국 가치투자의 대명사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선보인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1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며 한 번도 원금을 잃지 않고 있다. 그가 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좋은 기업을 선별하는 비결? 사람이 죽을 때까지 쓰는 전기ㆍ가스ㆍ식음료 등 필수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 중 내수 1등 기업을 사두면 언젠가는 이들이 일을 내더라."
가치 투자 고수다운 답이다.
그는 이로 인해 최근 주식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전반에서 비싼 주식은 더 비싸지고 싼 주식은 더 싸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심해지면 뒤탈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주당 400만원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5위로 뛰어오른 아모레퍼시픽의 예를 들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이익은 40% 늘었는데 주가는 4배 올랐다"며 "이익이 40% 성장하면 주가도 40% 오르는 게 상식적이지만 대기업 중 성장하는 기업이 아모레퍼시픽 밖에 없으니 대안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전부 아모레퍼시픽으로만 몰린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 시장을 주도했던 '차화정(자동차주ㆍ화학주ㆍ정유주)' 장세를 상기시켰다. 2011년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차화정 종목들은 이후 거품이 빠지자 폭락하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58만원을 넘기던 LG화학은 올해 초 16만원 선까지 추락했다. 같은 기간 OCI는 65만원에서 6만9000원대로 10분의 1로 토막났다.
이 부사장은 "이익 상승세가 유지되는 기업은 버티겠지만 어느 순간 성장이 정체되거나 어닝쇼크가 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며 "주도주가 무너지면 전체 시장 분위기도 꺾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정 주도주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배까지 가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거품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올라버린 주식에 개인이 무리해서 추격매수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성장주 위주의 양극화 장세지만 그래도 코스피는 최대 230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긍정론을 내놨다. 그는 "상장사의 올해 세후 당기순이익을 80조원으로 추정한 뒤 일드 갭을 계산하면 6.0%포인트"며 "금리가 더 오르지 않는다면 자본시장으로 돈이 몰려 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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