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은 유성룡이 임진왜란 발생 전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 즉 전쟁 종료까지의 과정과 통렬한 반성을 담은 회고록이다. 특히 회고록은 정치인이자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역사에 대한 소명을 기록한 명작으로 꼽힌다. 최근 '유성룡 읽기'는 출판계의 화두다. 작년말부터 연초까지 쏟아진 서적이 네권이나 된다. 또한 뮤지컬 및 연극, 창극 등 다양한 콘텐츠로 분화될 조짐이다.
"계사년 10월, 거가가 환도하니 불타고 남은 것들만이 성안에 가득하고, 거기에 더해 전염병과 기근으로 죽은 자들이 길에 겹쳐 있으며, 동대문 밖에 쌓인 시체는 성의 높이에 맞먹을 정도였다. 그 냄새가 너무 더러워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 잡아먹어, 죽은 시신이 보이면 순식간에 가르고 베어 피와 살이 낭자했다." ('굶주리는 백성의 구원을 진정하는 글' 중 일부)
◇ 소설 '징비록' = 이 책(책이 있는 마을 출간)은 임진왜란을 보는 정사 차원의 ‘소설적’ 기록으로 이재운 작가가 썼다. 유성룡은 전시 재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 내내 조선군의 중심에 있으면서 전투와 전쟁, 외교, 전술전략 등을 직접 수립했다. 또한 명군과 일본군 사정에 대해서도 가장 많이 아는 위치에 있었다. 이에 이재운 작가가 '징비록'을 바탕으로 임진왜란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이재운 작가는 1992년 '소설 토정비결'을 출간, 300만 부 이상 판매한 베스트셀러로 등극시킨 중견소설가다. 작가는 '징비록'이라는 7년간의 전쟁 기록을 통해 후세인들에게 경계를 던졌던 유성룡의 반성이 오늘에도 살아 있음을 역력히 보여준다. 실패한 역사의 반복은 패배일 뿐이며, 그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교훈을 소설적 뼈대로 삼고 있다.
◇ '비열한 역사와의 결별: 징비록'(배상열 저, 추수밭 출간) = 이 책은 한국의 역사가 곧 비극의 반복임을 반추하며 위기를 과거의 경험으로 끝내지 않고, 이를 반성해 한 단계 성숙해지는 기회로 삼는다. 따라서 우리 역사가 임진전쟁 이후 병자호란과 을사늑약을 거쳐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위기 앞에서 실수해온 반복을 징비록을 통해 반추하고 있다. 유성룡이 환난의 시대에 고통스런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공개한 용기와 그 의미를 주목한다. 그간 서애의 원작이 번역본을 접해도 지금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을 쉽게 풀어쓰고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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