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檢, 과거사 유족 두번 울리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도 힘든 과거사 사건에서 '가해자'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검찰의 무차별적인 수사로 피해자 유족들은 또 한번 가슴을 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긴급조치9호피해자모임과 민청학련계승사업회 등 과거사 단체들이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검찰이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힘겹게 쌓아올린 과거청산의 성과를 무력화시켜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의 국가폭력을 상대로 힘겨운 사투를 벌여 온 이들이 검찰을 규탄하며 또 다시 거리로 나온 것은 검찰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과거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변호사들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변호사들이 과거사위 등에서 활동하며 다뤘던 사건을 변호사 자격으로 수임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며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변호사들은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은 검찰의 악의적인 해석이며 국가를 상대로 한 과거사 유가족과 변호사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수사대상에 오른 7명 가운데 6명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창립멤버이거나 소속 회원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과거사'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은 사법살인을 당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악몽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나 검찰의 과오를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 밝혀내기 위해 그야말로 고투를 벌여 왔던 유가족들은 "이번 수사로 마치 돈이나 받으려고 소송을 한 것처럼 비춰져 더욱 참담하다"는 심경을 털어놓고 있다.
불법적인 부분이 있다면 누구든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가해자'인 정부 측에서 피해자들을 향해 칼을 휘둘러 온 검찰은 수사대상에 포함된 변호사들을 지목하고 피의사실을 흘리기 전에 자신들의 '과거'부터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과거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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