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 느리겠다고 낮췄는데…
연말 공모주 청약시장에도 뭉칫돈
시중자금 단기화수준 19.9%, 3년새 최고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삼성SDS 15조, 제일모직 30조원?'
올 연말 마무리된 공모주 청약시장의 '흥행 대박'은 투자처를 잃은 우리나라 부동자금의 민낯을 보여줬다. 청약 광풍이 불면서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밀물처럼 공모주 시장에 빨려들어간 것이다. 반면 실물경제의 소비와 투자활동은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린 돈이 소비와 투자는 제끼고, 고수익을 쫓는 단기투자자금 형태로 머물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현재 공모주 시장에 대거 쏠리고 있다"며 "상반기에 상장한 공모주들의 수익률이 좋았던 것도 청약 열풍을 부추기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중자금 단기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금융권에 풀린 총유동성(Lfㆍ평균잔액 기준) 중 인출이 자유로워 사실상 현금에 준한 예금인 수시입출식 예금과 현금 등을 합친 협의통화(M1)가 차지하는 비율인 자금 단기화 수준은 지난 10월 19.9%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1년 3월 20.0%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자금의 단기화 경향 역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은 늘었지만 투자 등 실물경제의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계열을 길게봐도 마찬가지다. 민간소비증가율은 매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못미치고 있다. 지난해 GDP증가율은 3.0%였으나 민간소비증가율은 2.0%에 불과했다. 2001∼2008년(GDP증가율 4.64%, 민간소비증가율 3.74%)부터 꾸준히 민간소비 증가율은 GDP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민간소비증가율(1.7%)과 설비투자증가율(3.3%)을 지난 11월 수정 전망에서 각각 1%포인트, 4.7%포인트나 낮춰잡았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저금리가 빚어낸 비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금리를 내리고 돈을 많이 풀어도 소비는 안 늘고 자산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경제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정인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도 "가계의 과도한 차입과 부채 상환 부담이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반면, '부의 효과'가 가능한 사람들의 자산가격은 올리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명목 근로자소득은 2007년과 비교해 35.4% 늘었고 자영업 소득도 18.5% 증가에 그쳐 명목 GDP성장률(36.9%)를 밑돌았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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