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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일본, 배짱중국…'조선(造船)'이 위험하다

최종수정 2014.12.11 11:23 기사입력 2014.12.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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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핫이슈 뒤집어보기] 샌드위치 신세 '한국産 선박'

중국, 고부가가치 시장에도 도전장…일본, 가격경쟁력으로 韓기업 위협
LNG선·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수주 역량 집중하고 정부의 지원정책 필요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모스형 LNG선(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모스형 LNG선(사진제공=현대중공업)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최근 열린 미국 오일메이저 기업의 해양 플랜트 경쟁 입찰에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 조선업체들이 모두 참여했다.

결과는 일본 업체의 승리였다. 최근까지 한국의 해양 플랜트 기술에 못 미쳤던 일본이 기술력을 따라잡은 데다 엔저 현상으로 인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유력했던 한국 조선업체를 제친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 조선업체가 우리와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없었으나 가격 면에서 15%가량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일본의 부활마저 신경써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에 이은 일본의 추격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신(新) 샌드위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대외 경쟁여건도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국내 제조업 경영환경은 통상임금 범위확대와 화학물질 등록의무 등 노동·환경 분야 규제신설로 악화된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 기업유턴지원책, 일본은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적완화 정책 등 각각 정부의 지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중국도 고급인력 유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미래기술 연구개발(R&D) 투자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거센 추격 중이다.

이로 인해 세계 1위를 자처했던 국내 조선업계는 내부의 각종 규제 신설에 따른 어려움에다 외부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기술격차 축소, 일본의 가격경쟁력 압박 등 안팎에서 고강도 협공을 당하는 신 샌드위치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1위 등극, 이제는 현실이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Top'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중국 조선업이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 조선업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한국을 제쳤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급속 성장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중국 조선업계가 조선업황의 3대 지표로 뽑히는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에서 모두 세계 1위에 등극했다. 낮은 인건비에 따른 저가공세로 벌크선, 컨테이너선 위주로 중국이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들어 한국 조선업체만의 리그였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 삼성중공업 ,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업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대 선사인 COSCO는 1만40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 조선소들은 1만TEU 선박 건조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또 셰일가스 열풍과 함께 LNG 운반선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에 자국 LNG 운반선만 건조했던 중국 조선소들은 최근 해외 발주 LNG 운반선 건조에도 성공하는 등 LNG 운반선 시장에도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행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COSCO에 108억달러의 신용을 제공했고, 중국수출입은행도 2012년 COSCO와 차이나시핑에 향후 5년간 각각 95억달러씩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2015년까지 노후 선박의 교체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는 등 중국 내부에서 신규 선박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한 분위기를 형성해 중국 선사들이 자국 조선소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중국 조선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일본이 다시 뛴다= 한때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었던 일본 조선업계 역시 아베노믹스로 촉발된 엔저 현상과 조선소 간 합병을 바탕으로 부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신형 LNG선은 국내 조선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LNG선과 연비가 비슷해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와 시장이 겹친다는 얘기다.

실제 일본 조선업체들은 LNG시장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늘어나는 일본 내 LNG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선사들의 대규모 신규 LNG선 발주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이 대형 LNG선 건조를 위해 MI LNG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일본 조선소가 자국 내 신규 LNG 선박 수주에 성공한다면 LNG 선박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한국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일본 조선업계는 합병 및 공동 출자 등을 통한 대형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5사 체제로 전환했다. 올 초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을 합병해 세계 4위 규모의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설립됐고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이 MI LNG를 설립했다. 이는 곧바로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한국과 중국 조선업체를 제치고 올 상반기에만 1만4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8척을 한꺼번에 수주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침체기에 조선산업 육성을 위해 선가의 최대 80%까지 이자율 1%에 제공하는 등 선박금융 지원책도 아끼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엔화 표시 선가가 15%가량 올라 일본 조선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부활하고 있다"며 "일반 상선과 LNG선 등에서 사업 영역이 겹치는 한국의 조선사들이 특히 엔저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 고부가가치 시장만이 살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조선업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조선시장 분석자료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발주 규모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 사이에 27.5% 급감했고, 올해는 지난 11월까지 누적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0% 감소하며 총 901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까지 3조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1분기 3600억원의 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전방사업인 해운시장 위축을 들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물동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선박 운임료가 급락했다.

해양플랜트 분야가 부진한 조선사업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저가수주와 공정지연에 따른 손실이 확대되면서 최근 침체기에 들어섰다. 아울러 최근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오일메이저들 역시 계획했던 해상유전 개발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같은 고부가가치선박에 수주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19일 세계 최초로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LNG Floating, Storage & Regasification unit) 건조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FLNG인 '프리루드(Prelude) FLNG'의 진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 3월 전 세계 조선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야말(Yamal) 프로젝트의 쇄빙LNG선을 수주했다.

특히 최근 계속되는 해운업의 불황으로 컨테이너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면서 1만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이 이제는 세계 1위를 자신할 수 없게 된 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친환경 고효율 선박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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