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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시신 발견'에 '이주민 의심증'…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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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인권 침해 우려…통계상 내국인 범죄율이 높아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오원춘 사건 이후로 지하철에 타면 제 옆자리가 비어 있어도 사람들이 앉지 않으려 하기도 해요." (이주 노동자 K씨)

중국 국적 오원춘에 의한 살인 사건 이후로 이주 노동자를 '우범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수원 '토막시신' 발견 이후 '이주민 의심증'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부의 시선은 그 자체로 차별적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는 것은 물론 범죄 관련 통계에서도 이주민들은 내국인들에 대해 비해 오히려 범죄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혀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9일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4일 수원시 팔달산 등산로에서 비닐봉투에 담긴 토막시신이 발견된 뒤로 이주노동자를 범죄의 주체로 몰아가는 루머가 번지고 있다. "경찰친구에게 들었다"면서 시작되는 루머 글은 "장기 매매는 외국인노동자가 국내로 들어온 이후부터 갑자기 늘었는데 그쪽 나라 사람들이 돈이 궁해 알선을 하고 작업한다"고 이주노동자를 비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현재까지 아무런 근거가 없다. 경찰은 "장기적출 흔적은 없다"고 밝혔으며 전문가들은 "장기가 이식이 가능한 방법으로 적출되지 않았고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러 통계를 보면 이주민을 포함한 외국인이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인식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이 2012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국인의 범죄율(전체 인구 대비 범죄건수)은 약 1.97%인 데 비해 외국인은 그보다 절반도 안 되는 약 0.8%에 그친다. 같은 해 경찰청 통계에서도 외국인의 범죄율은 1.7%로 내국인 범죄율 3.95%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일으킨다"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합법체류자(1.88%)보다 불법체류자(1.13%)의 범죄율이 오히려 더 낮았다(2010년 통계청).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범죄 대비 기소율도 외국인과 내국인 간에 별 차이가 없다. 체류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범죄 건수는 늘었지만 범죄율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는 경찰청 통계도 있다.
이 같은 범죄 통계와 별개로 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 인식은 그 자체로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이주민센터 정지윤 활동가는 "오원춘 사건 뒤로 특히 범죄를 이주민이 일으킨다고 보고 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곳이 많다"면서 "태국이 고향인 노동자들과 점심식사를 했는데 떠들지 않았는데도 옆자리에서 '사고뭉치 외국인들이 남의 나라에서 시끄럽다'는 식의 말을 들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왜곡된 시선이 이번 '토막시신' 사건을 통해 더 심해지고 있어 이주민을 범죄의 주체로 몰아가는 차별이 일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생겨난 데에는 일부 언론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수원 '오원춘 사건' 때 언론들이 이 사건을 주요하게 다루면서 그가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이번 '토막시신' 사건에서도 일부 언론은 아무런 증거 없이 '오원춘 사건 때와 1㎞ 떨어진 곳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주민이 범인일 것이라는 암시를 하기도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언론 등에서 근거 없이 외국인을 차별적 시선으로 묘사하는 것은 이미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된 우리의 현실을 스스로 부인하는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설령 이주노동자가 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시선이다"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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