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삼성전자 불가능論…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도 목소리 높였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금융업계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업 여신 상품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휴대폰처럼) 획일화 돼 만들어내 많이 판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부실이 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심사를 할 때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 내 삼성전자 출현 불가론'은 최 회장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한 강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 세대에서는 한국 금융계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근거는 한국금융의 태동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금융역사는 제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운영된 것이 시발점이고 역사도 100년이 안된다"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금융기법을 키워온 서구권과 경쟁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또 하나의 삼성전자 탄생은 가능하다"고 점쳐 금융과 ICT(정보기술)이 융합된 핀테크 분야에서 선전을 기대했다.
금융권에서도 이같은 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규제가 금융사의 자체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은 고위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도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만들고 미국식 투자은행(IB)으로 가서 '금융의 삼성전자'만들어야한다는 이야기 많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금융은 실물의 거울이란 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같은 기업 나오려면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크기도 여기에 맞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수학 100점짜리에게 필즈상 받으라고 하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론 그렇더라도 장기적으론 해외 시장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의 탄생배경이야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CIMB투자은행(자산 207조원)처럼 자국 실물경제에 비해 규모가 큰 은행도 있다. 감독당국의 규제 태도도 해외시장을 지원해주는 쪽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 부분에선 현상유지보다 진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종합 국제경쟁력 순위에서 26위를 준 반면 금융시장 성숙도에서는 말라위(79위)와 아프리카 우간다(80위) 수준의 81위에 올려놓은 바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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