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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 질문하는 힘(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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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나 질의, 질책에 들어있는 질(質)은 아리송하다. 왜 이것이 여기 붙었을까. '질'자의 어디를 찾아봐도 묻는다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바탕'을 의미할 뿐이며, 그 글자가 생겨난 배경을 뜯어봐도, 물건에 맞는 만큼의 돈을 빌린다는 뜻 밖에 없다.

곰곰히 생각하건대 질문은 그냥 물음과 조금 다른 듯 하다. 질문은 물음보다 진지하다. 질문을 함으로써 현상에 드러난 것보다 더 깊거나 더 많은 사실과 진실, 정보를 얻는 일이다. 그래서 질문의 '질'이 바탕을 의미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본질적으로 다가가려는 물음이 질문인 것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풀면 '캐묻다'가 적절하다. 외관상 묻혀 있는 어떤 것을 적출하기 위해 캐는 물음이다.
질문은 물음으로써 지식을 확장해나가는 방법이다. 인간은 의문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학문이라는 말 뒤에 붙은 것은 문(問)이다. 학문은 배움과 질문이 떼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에서 제대로 공부를 접하지 못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향교 건물 간판에 '의문당'이라고 써놨다. 의문당은 '의심나면 질문하는 교실'이란 뜻이다. 아이들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어서 속이 어지간히 탔던가 보다. 얘들아, 질문을 해라, 질문을.

지혜로워지는 인간은, 질문하는 힘을 지닌 인간이다. 질문은 아무나 못한다. 우선 관심이 있어야 하고, 방향성이 있어야 하고,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통찰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 질문은 때로 대답이 없어 보이고,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고, 답이 없는 동안의 괴로움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질문이 세상의 문제들을 긴장시키고, 교착상태의 지식을 툭 터지게 해 왔다. 질문하는 인간이야 말로 인류의 내일을 만드는 개척자가 아닐까.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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