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이란 원정에서 확인한 기성용(25·스완지시티)의 입지는 단단했다. 그러나 40년 동안 지속된 ‘테헤란 징크스’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은 18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에서 0-1로 졌다. 후반 37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신예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만(19)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본선 이후 이란 원정에서 2무3패에 그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앞선 요르단과의 친선경기(14·1-0 승)에 빠진 기성용도 중원에 복귀했다.
기성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록은 패스성공률이다. 91.4%로 정규리그 열한 경기를 모두 뛴 선수 가운데 2위다. 그러나 대표팀의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중원을 맴도는 연결보다 전방으로 향하는 과감한 경기운영이 필요하다. 2선 공격수의 돌파와 슈팅빈도가 높은 대표팀의 특성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조율에 무게를 두다보니 수비에서도 빠른 대처가 부족했다. 자바드 네쿠남(34)과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31)이 버틴 이란의 미드필드진을 제압하지 못해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결승골을 내준 장면도 벌칙구역 부근에서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를 차단하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대표팀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친선경기를 통해 입지를 다진 기성용은 주축 선수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의존도가 남다른 만큼 고정된 틀을 깨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정말 에이스라면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승부에, 특히 이기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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