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월세 80만원 내려는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벌써 5달째 방이 비어있는데 차라리 전세로 돌리려고요."
6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의 전월세전환율은 연 8.06%로 이 은행이 2010년 7월 오피스텔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연 이자율이다. 예컨대 보증금 1000만원 대신 6만원의 월세를 내는 것으로 계약했다면 연간 72만원을 내는 것이어서 전월세전환율은 7.2%가 된다.
서울 오피스텔의 전월세 전환율은 2010년(연말 기준) 10.08%, 2011년 9.31%, 2012년 9.06%, 지난해 8.61%로 매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텔 과잉공급의 여파가 아직도 큰 것 같다"며 "전용률이 떨어지거나 낡고 관리비 부담이 큰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와 중개업자들은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고 월세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최근 몇 년 간 서울 도심에 과잉공급된 오피스텔 물량을 꼽았다. 특히 강남구에만 올해 들어설 예정인 오피스텔이 4000실이 넘는다. 지난해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3만4132실로 재작년의 1만4163실의 두배를 훌쩍 넘었고, 특히 올해는 4만5332실로 폭증하는 데다 이 가운데 3만여실이 하반기에 몰려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 공실률은 지난해 말 7.7%에서 올 7월 말 8.8%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 강동구의 경우 4.8%에서 9.2%로 뛰었다. 미분양도 급증 추세여서 2011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총 596개 오피스텔 단지 가운데 34%인 203단지가 비어있다.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견디다 못한 오피스텔 주인들은 오히려 월세를 전세로 돌리고 있다. 역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역 S오피스텔의 전용 52㎡ 분양가가 2억1000만원"이라며 "세금 중개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연간 수익률 5%를 맞추려면 월세를 90만~10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집주인들이 기대수익을 낮춰 전세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의 대체재로 볼 수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다세대ㆍ다가구주택 등의 공급 열풍으로 수요가 분산된 측면이 있다"며 "줄어든 수요에 비해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전월세 전환율과 임대수익률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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