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발전소별로 원전 폐기물 관리·감독 업무를 책임지는 근무 직원이 4인 3교대방식에 따라 1명밖에 없는 등 구조적 문제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폐기물 관리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성을 띄는 폐기물이 관리·감독없이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접속기록(log) 설정기간이 3일에 불과하고, PC운영체계가 교체되어 명확한 사실관계는 규명할 수 없었다는 해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특히 원전 내 보안 시스템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원전 내 폐쇄회로(CCTV)의 경우 영상물 저장 기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동됐고 아날로그 방식의 기기가 77%에 달해 고장도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일로 국가방호시설 가운데 하나인 원전의 CCTV가 외부침입이나 내부사고 등을 감시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신뢰가 산산이 깨지게 됐다.
산업부는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나머지 울진과 한울 원전을 포함해 전산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전원을 엄중 문책키로 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파악과 관련자 처벌에 제대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우리 원전 기술을 네덜란드에 수출, 처음으로 유럽을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민들이 원전 직원 아이디와 CCTV조차 재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나라의 원전 기술을 도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