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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갈등, 강건너 불구경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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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토요일인 지난 25일 일주일 전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해 왔던 풍경이 임진각에서 펼쳐졌다. 대북전단(일명 삐라)을 살포하려는 일부 보수단체들과 이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진보단체들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이 전세버스를 타고 임진각 부근에 도착하자 지역주민들은 트렉터를 몰고와 진입로를 막아섰다. 몇몇 진보단체회원들은 전단과 풍선을 찢으려 했다.

주민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삐라 살포를 하지말라고 요청했지만 보수단체들은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들은 통일동산으로 이동해 전단을 살포하려다 또 제지당하자 김포 월곶면 야산으로 이동해 전단을 띄웠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남족으로 불면서 전단은 결국 북한지역으로 날아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수단체들의 전단 살포 시도는 임진각 주변 주민들뿐만 아니라 같은 보수단체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을 정도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삐라를 보내려는 단체들보다 더 실망스러운 건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4일 "(대북전단이)남북관계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살포 저지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들어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가 온다면 '조처'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호했던 류 장관의 태도는 25일 경찰의 행태를 통해 나타났다. 경찰의 태도는 '진보단체들과 주민들이 막을 것이므로 삐라 살포는 막지 않겠다. 다만 진보단체들과 보수단체들의 충돌은 막겠다' 는 것이었다. 정부는 애매모호한 입장 덕에 일부 강경보수세력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삐라 살포도 막는 실리를 챙겼는지 모른다. 그러나 강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는 잃고 있다.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파주시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듯하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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