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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월급 밀리고 간식선반도 텅텅…"그때 기적같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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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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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기업이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회와 위기는 숱하게 다가온다. 바로 그 순간 어떤 판단과 결정을 하느냐는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그때 그랬다면 어쨌을까, 하고 돌이켜보면 등골이 오싹해지거나 미소가 떠오른다. 그 순간이 절체절명의 상황일 수도, 작은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결정적 순간 때문에 바로 지금이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구글과 페이스북을 꿈꾸는 벤처들의 결정적 순간들을 매주 월요일 소개한다.
[더 스토리] 벤처, 운명의 그 순간 ① 위자드웍스 표철민 대표가 털어놓는 '간식 선반의 기적'

"어느 날 출근해보니 몇달째 비어 있던 간식 선반에 간식이 가득 차 있는 거에요. 가슴이 먹먹했죠."

지난 5월의 일이다. 직원들 월급은 석달째 밀렸고 책상 위에 독촉장이 쌓이기 시작한지도 오래였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독촉장도 두 번, 세 번 받다보니 익숙해지더군요."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30)는 지난 '보릿고개'를 떠올리며 일부러 우스갯소리를 했다. 대학생 시절 회사를 설립해 이끌어온 지 9년, 가장 혹독했던 봄을 위자드웍스 직원들은 '감동스러운 궁상'을 떨며 버텼다.
앱 개발 시장이 정체되면서 대기업의 수주를 받아 앱 개발에 몰두해왔던 위자드웍스도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올초 대표상품인 메모 앱 '솜노트'의 새 버전이 출시되면서 매출지표는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터였다. 주변에 돈을 빌릴 만큼 빌려 더 이상 손 벌릴 곳도 없던 어느 날 출근해보니 두달째 비어 있던 간식선반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간식선반은 직원들이 업무 중간중간 출출한 배를 달랠 수 있도록 표 대표가 사무실 중앙에 마련해놓은 무료매점이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간식을 제공할 수 없었다.

표 대표가 확인해보니 사원 중 누군가 빈 선반이 마음에 걸려 사비를 들여 채워넣었다는 것이다. 표 대표는 차마 그 사원에게 바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출근해도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던 때다"라고 회상했다.

몇주후 가진 술자리에서 표 대표는 어렵게 간식 얘기를 꺼냈다. "그 직원이 한다는 말이, 자기는 오래 다녔기 때문에 회사가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걸 믿지만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불안해할 같아서 채워넣었다는 거에요. 우리끼리 궁상인데 참 '감동스러운 궁상'이었지요." 그날 술자리에서 표 대표는 대학생 여자 친구가 월세를 대신 내줬다느니, 결혼이 코앞인데 집을 못 구하고 있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며 반드시 회사를 지켜내리라 다짐했다.

표 대표는 그 무렵 책상에 써붙여놓은 포스트잇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하나씩 열심히 해결하자.' 그는 정말 하나씩 해결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묵혀 놓았던 헬스케어 앱 '매직데이'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밀린 월급도 주고 독촉장에서 벗어났다. 표 대표는 "당장의 빚은 갚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따뜻한 노력을 확인하면서 같이 가고 있다"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힘들었던 올 봄 위자드웍스에서 퇴직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던 것은 간식 선반을 채운 마음처럼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힘이 들 때마다 표 대표를 격려한 동력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이었다. 개ㆍ폐업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벤처업계에서 위자드웍스는 9년을 버텼다. 특이한 점은 개인화포털사업에서 위젯, 소셜게임 등 주력사업을 6번이나 바꿨다는 것. 그는 "폐업하고 다시 창업하는 게 가장 쉽지만 첫 주주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회사를 계속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산이 미래다' 라고 해서 가고 있는데 다시 다른 산을 가리키면 누가 믿어주겠나. 그러나 매번 주주와 직원들을 설득해왔고 나를 믿어주고 따라준 분들을 실망시켜선 안된다는 생각이 지금의 위자드웍스를 만들었다"고 회했다.

위자드웍스 직원들은 다음달 '테마키보드' 앱 출시를 앞두고 들떠있다. 6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국내 1위 키보드앱을 최근 인수해 6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쳐 내달 초 새롭게 출시한다. 표 대표는 "전국민이 쓰는 앱을 만드는 것이 위자드웍스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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