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3억~6억원 전세와 6억~9억원 매매 중개 수수료율 절반 인하'안에 대해 소비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최 모 씨(56·여)는 "최근 매매가가 6억원이 조금 넘는 집을 구하려다가 중개수수료만 500만원이 훌쩍 넘어 포기했다"며 "좀 괜찮은 집 구하려면 6억원 넘어가기 보통인데 정부가 말한대로 빨리 중개수수료가 좀 내려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비싼 중개수수료 때문에 낮은 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박 모 씨는 "같은 아파트인데도 저층이냐 고층이냐에 따라 1000~2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5억원 후반대나 6억원 초반대나 집값은 1000~2000만원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중개수수료율 상한이 0.4%에서 0.9%로 뛰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개수수료만 아니면 조금 더 내고 얼마든지 높은 층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현재 수수료율의 가장 큰 문제는 매매가 3억원짜리 집을 사면 중개수수료 상한선이 120만원(상한요율 0.4%)인 반면 전세가 3억원인일 경우는 중개수수료 상한선이 240만원이 되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의 집을 매매하는 사람이 지불하는 중개료가 3억원 이상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내야하는 중개료보다 훨씬 싸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계약 당시 전세가 3억2000만원)로 살고 있는 한 주부는 "집을 사는 사람보다 전세계약을 맺는 사람이 내는 복비가 더 비싸다는 게 말이 되냐"며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전세를 급하게 구하긴 했지만 이 사실을 알고 너무 배가 아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임대차계약 당사자는 "집주인 재계약 조건으로 전세금을 1000만원 올렸는데 그렇게 되면 전세금이 3억원이 넘어가 복비 상한이 0.8%가 된다"며 "처음 계약 시 2억9000만원일 때는 복비를 87만원(전세금 3억원 미만은중개요율 0.3% 적용) 냈었는데 이제는 240만원을 내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내년이면 재계약을 하든지 다시 전세를 구해야 하는데 제발 정부에서 전세금 복비 좀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 시 전세 중개료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전세 3억에 복비 상한 120만원(현재는 240만원 상한)은 내려간 것이라 해도 높은 것 같다"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금에 대한 중개요율은 더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 계약 하다보면 중개업소에서 상한부터 협상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며 "상한이라고는 하지만 상한이 중개수수료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한요율을 더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황진자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매매와 달리 전세는 보통 2년 임대차계약인 만큼 서민 주거 안정 차원에서 구간별 요율제를 적용하되 별도로 각 구간별 최대한도액을 설정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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