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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당신의 젊음을 죽이는 적은 누구인가?…'나는 길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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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산문집

나는 길들지 않는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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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중장년층보다 젊은 당신이 훨씬 국가가 노리기 좋은 대상이 되기 쉽다. 미국 정부가 실업자가 증가하는 것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는 이유는 군인의 숫자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어떤 분쟁에도 대응할 수 있는 상태에 있으려는 공공연한 의도 때문이다. 일부러 일자리 수를 줄여 낙오된 젊은이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려는 더러운 수작이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정신 전체가 안이함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독이라는 것을 알면서 열심히 체내에 흡입하는 것은 생물적인 행위에 반하는 것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밤낮으로 섭취하는 니코틴 역시 당신의 자립한 젊음을 죽인다."
"당신 주위에는 당신의 자립한 젊음을 죽이려는 적으로 넘쳐난다. 당신이 풍요로운 환경에 있을수록 적의 수는 더욱 많을 것이다. 사회 시스템이 편리해지고 고도해지고 복잡해지면서도 적은 는다. 그러니 어지간히 자각이 분명하고 각오가 굳지 않는 한 야생동물의 일원으로 생기 넘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다."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기 위해서는 쉼호흡이 필요하다. 그가 던지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끔따끔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마루야마 겐지는 "온전히 자신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자립한 젊음"을 요구한다. 타성에 젖어 있거나, 손쉬운 즐거움에 취해 있거나, 새로운 도전을 멈추는 이들은 그의 눈에 비춰 볼 때 이미 '젊음이 죽은 자'들이다. 여기서 '젊음'이란 단순한 육체의 생명력을 뜻하지 않는다.

신간 '나는 길들지 않는다'에서 겐지는 그의 평생의 주제 '자립한 젊음'을 다시 집요하게 문제 삼는다. '얼마나 자신의 능력과 힘으로만 살려 하며, 또 살아왔는가'가 '자립한 젊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젊음을 죽이려는 많은 적들이 사방에 깔려있다.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어머니의 왜곡된 사랑, 안일함과 안락에 빠지게 하는 직장, 더 나아가 철저히 소수 부유층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마저 우리의 젊음을 해치고 있다.

'가족, 직장, 국가에 길들지 마라'는 충고와 함께 그가 던지는 말들은 독자들을 새로운 각성으로 이끈다. 예컨대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농사'만한 것이 없으며, 가정 내 지배권을 잡고 흔드는 엄마 혹은 아내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은 언뜻 수긍이 가면서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인이란 사소한 희망에서 시작해 거대한 절망으로 끝나는 존재"이며, "국가에게 젊은이들이란 그저 만만한 총알받이"라는 독설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언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 대목도 흥미롭다. "그들은 언제나 가장 무난한 여론에 맞춰 춤추는 것밖에 염두에 없고, 가장 무리 없는 최대공약수적인 평론을 목청을 돋우어 늘어놓음으로써 도망칠 뒷길을 마련해 안위를 도모한다"는 일침과 함께 언론 역시 당신의 젊음을 죽이는 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런 적들을 물리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언론에, 권력에, 국가에 절대 속지 않아야 한다. 의심하고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권리와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나'뿐임을 인식하고, 인터넷 세상 속 영웅을 응원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응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에필로그에서 밝힌 솔직한 고백들은 그가 왜 그렇게 '자립한 젊음'에 집착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마루야마 겐지는 1943년 일본 나가노 현 이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바다를 동경해 선박 무선통신사가 되려고 했지만 전자공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꿈을 접었다. 1964년 입에 풀칠하기 위해 들어간 한 무역회사에서 그는 "생의 가장 좋은 시기를 지우개처럼 갉아 없애는" 기분이 들었다. 그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단다.

1966년 첫 작품 '여름의 흐름'으로 일본 최대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그의 나이 스물세 살 때였고, 최연소 수상이었다. 이후 1968년 '정오이다'를 낸 후, 아예 문단과 선을 긋고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 국내에선 그의 산문집이 유명한데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등을 냈다. '그렇지 않다면 저녁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울 리가 없다', '세계 폭주', '매일의 즐거움' 등의 작품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 마루야마 겐지 /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1만3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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