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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뭘 가르쳐야 하는가(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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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야할 상황이나 위치가 되면, 중요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나를 합리화하기 위해 가르침의 논지를 펼 것인가, 내가 세상에서 얻은 몇 오라기의 진실이라도 다치지 않고 전파하기 위해 애쓸 것인가. 이것에 대해 진지하게 선을 그어두지 않으면, 입에서 쏟아지는 많은 가르침들은 금세 나를 뻐기려는 욕망들의 쓰레기와 나의 지식을 세상에 필요한 진리와 섣불리 동일시하여 그것을 강변하려는 집착들의 부유물로 가득해진다. 이건 가르침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시간의 약탈행위이다.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몹시 고민을 해야 한다. 진실은 꿈쩍하지 않는 바위 속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지만, 살랑거리며 일어나는 물너울의 끝에 함께 일렁이고 있을 수도 있다. 태고 때부터 비전되어온 고색창연한 진실도 있지만, 아직 분명해지지 않고 완전해지지 않은 채 이제 드러나고 있는 진실도 있다. 한결같은 진실도 있지만, 변화 속에 있는 진실도 있으며, 강한 진실도 있지만 부드러운 진실도 있다. 진실한 사람으로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진실에 미치지 못한 마음을 부끄러워 하며 그것으로 안내를 해야할 경우도 있다.
진실의 양상과 출현이 다양하고 다의적인 의미를 지닌 점, 그것이 가르치는 자가 끝없이 겸허하고 늘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내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진실을 팔고 있는 불량제품 상인은 아닌지. 혹은 아예 진실과는 상관 없는 자기 변명들을 세일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체화되지 않은 지식을 신념도 없이 풀어내서, 순진한 귀를 혹하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두렵게 돌아봐야 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때때로 가르치는 자리에 선, 나에게 주는 말이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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