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일도 오래 못하는데…' 고용안정 격차는 큰 한국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영미·독일 대비 남녀, 정규·비정규, 대·중소기업의 근속연수 격차 커
-전체 근로자의 고용안전성은 낮아·오륙도는 한국에서 현실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오래 일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답은 대졸 남자에 대기업 정규직으로 넥타이를 매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다. 반면 20대 여성이 초졸의 학력으로 영세규모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평균적으로 오래 일하기 어렵다. 여기까지는 다른 나라에서 어느 정도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에선 이 둘 간의 고용안정성의 격차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사회과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서 본 한국의 고용불안정'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는 성별ㆍ고용ㆍ형태ㆍ기업규모별로 독일ㆍ영국ㆍ미국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정규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 근속연수의 비율은 3.35대 1로 독일(1.51대 1), 미국(1.33대 1), 영국(1.19대 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한국에서는 전체 정규직 노동자가 한 직장에 다니는 기간이 비정규직에 비해 평균적으로 3.35배 더 긴 셈이다. 기업규모별로 대기업과 영세기업 근로자 근속연수의 비도 한국이 3.45대 1로 독일 1.58대 1, 미국 1.33대 1, 영국 1.19대 1보다 훨씬 더 높았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등 어떤 집단에 속하느냐에 따라 근속연수가 현저히 길거나 짧은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비정규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전체 근로자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세업체 근로자의 근속연수도 3.31년에 불과해 전체 평균(5.31년)보다 현저히 짧았다.
반면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전체 근로자 평균의 2배 이상으로, 비교대상 3국 가운데 이 비율이 가장 큰 영국(1.23배)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졸자와 중등과정 졸업자의 평균 근속연수도 다른 나라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반면 한국에선 가 60% 이상 차이가 났다. 남성과 여성의 근속연수 비율도 1.83대 1로, 독일 1.15대 1, 미국 1.15대 1, 영국 1.09대 1보다 매우 높았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의 근로자 집단별 고용안정성의 차이가 독일ㆍ영국은 물론 한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에 견줘서도 매우 크다"며 "한국 노동시장은 분절적 성격이 주요 선진국에 견줘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금수준에 따른 직장유지율도 격차가 컸다.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직장유지율은 한국이 2.24대 1로 영국(1.28대 1), 독일(1.38대 1)에 비해 매우 높았다.

한국의 전체 근로자의 고용안전성도 매우 낮았다. 2010년 기준 한국의 평균 근속 연수는 5.31년으로 독일(12.36년), 영국(8.7년), 미국(7.9년)에 비해 크게 낮았다. 한국 전체 근로자 가운데 3년 이상 직장을 유지하는 이의 비율도 55.88%에 불과, 독일(77.56%), 영국(63.11%)에 비해 매우 낮았다.

'오륙도(56세까지 직장다니면 도둑 소리 듣는다는 뜻의 용어)'의 현실도 확인됐다. 미국, 영국, 독일과 비교할 때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0대와 60대에서 두드러지게 짧았다. 한국 50대 이상 근속연수는 7.98년으로 독일(17.35년)의 2분의 1수준이었다. 60대 이상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독일의 5분의 1도 안 됐다.

정 교수는 "중견기업이 없는 산업구조, 가부장적인 고용관행 등이 고용안정성 차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근본적으로 대기업 정규직과 영세기업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를 줄여야 고용안전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