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알고 삼성은 몰랐던 'IT창조의 원천'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는 삼성전자나 애플이 신제품을 낼 때 새로운 기능이나 가격에 초점을 맞춘다. IT와 인터넷을 산업과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이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인터넷의 주 개발처였던 미국 등 서방사회에서는 인터넷을 사회 문화적 가치에 먼저 대입하여 발전시켜온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IT와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과 철학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으며, 별다른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과학기술 이전에 철학이요, 문화라는 게 이 책의 핵심내용이다. 예컨대 인터넷 네트워크 철학의 뿌리는 히피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주류 사회의 질서에서 이탈한 비트세대의 등장, 기성사회 주류문화에 대한 대항문화의 출현 등을 겪었던 혼란의 시기가 1960년대다. 히피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고, 환각제인 LSD를 탐닉했으며, 채식과 요가·참선으로 수행했다. 당시 히피들을 위한 잡지 '홀 어스 카탈로그(Whole earth catalog)'의 창시자 스튜어트 브랜드가 했던 말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구하고 바보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라)'은 이 잡지의 애독자였던 스티브 잡스에게 영향을 끼쳤다. 권위적인 미국 동부를 떠나 서부에서 IT산업을 개척해나가는 실리콘밸리 젊은이들의 모습은 중앙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며, 의식의 확장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추구한 히피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한 치 앞도 모르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터넷 시대에서 기업들이 변함없이 지켜야할 것은 공유와 개방, 협력 정신이다. 한 때 미국 최대 소셜 네트워크서비스였던 마이스페이스가 뉴스코퍼레이션과의 합병 이후 되려 쇠퇴해버린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만 하다. 이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수익을 위해 광고와 배너로 도배를 한 점, 자신의 서비스를 개방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한 점 등이 마이스페이스에는 치명타였다. 반면 페이스북은 개방과 협력 모델을 이용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됐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거는 기대는 크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같은 기술회사로서의 위상보다는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명감 있는 기업"이며, 그 속에서 "인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리딩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까지 내다본다.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정지훈 / 메디치 / 1만6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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