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주현정, 부상으로 출전자격 양보…이특영, 읻음 보답한 맹활약
[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여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의 긴 여정은 해피엔딩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독식했다. 막내 정다소미(24ㆍ현대백화점)는 2관왕에 올랐고, 장혜진(27ㆍLH)과 이특영(25ㆍ광주시청)은 단체전에서 기쁨을 누렸다. 맏언니 주현정(32ㆍ현대모비스)도 그 순간을 함께 즐겼다.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월드컵 등 국제대회(60%)에 예선라운드(40%) 성적을 더한 결과에서 단체전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지만 시위를 당기는 오른쪽 어깨가 아파 출전을 포기했다. 주현정 대신 자격을 얻은 이특영은 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중국과 결승에 두 번째 주자로 나서 여섯 발 중 세 발을 10점에 맞혀 세트 점수 6-0완승을 이끌었다. 이특영은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주현정에게 달려가 금메달을 걸어줬다. "언니, 고마워." "잘할 줄 알았어. 우리 특영이 예쁘다."
언니의 눈물
그는 뒤풀이 자리에서 양 감독과 재회했다. 양 감독은 "죄송하다면서 계속 고개를 숙여 '성적 대신 선수를 잃는 건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현정이가 한국 양궁을 위해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재도전 의사만 밝힌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끝까지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주현정은 "이번 대회가 선수생활의 끝은 아니다"라고 했다.
부담 이긴 동생
긴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이번 대회를 선수생활의 전환점으로 여겼다. 그러나 장혜진에게 불과 1점차로 밀려 단체전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고교 선배이기도한 주현정의 배려 덕에 극적으로 사대에 서게 됐다. 이특영은 언니가 어깨 부상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출전권을 양보받을 때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부담에도 휩싸였다. 이특영은 "언니가 계속 뛰길 바랐던 게 솔직한 심정"이라면서도 "네 명이 한 팀이라고 생각하니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니의 몫까지 해낸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이특영에게 이번 경험은 보약이다. 박 감독은 "유례없는 출전권 양보로 금메달을 얻었으니 기쁘면서도 누구보다 당당하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특영은 "다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트 제도 등의 도입으로 세계 양궁이 평준화되고 있다는데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적당히 부담을 갖고 정진하겠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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