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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던 임영록, 가처분심판 하루 앞두고 백기 든 이유는?

최종수정 2014.09.29 07:24 기사입력 2014.09.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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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실익 없어…사외이사 책임론에 가책 느꼈나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자신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직무정지를 취소해달라며 낸 가처분신청 심문기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28일 임 전 회장은 '소 취하의 변'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제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 충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도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잘못이 없다며 버티기에 나섰던 임 전 회장이 완전한 항복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처분신청' 실익 없어= 다음 날인 29일은 임 전 회장이 제기한 '직무정지' 취소 가처분신청의 심문기일이었다. 통상 심문기일 다음 날 오전에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 만약 법원이 임 전 회장 손을 들어줄 경우 10월부터 등기이사직을 다시 수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 전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도 실익은 없다. 이미 KB 이사회는 임 전 회장을 '대표이사의 직'에서 해임한 상태로 임 전 회장은 10명의 이사 중 한 명을 차지할 뿐 경영 전반을 통솔할 권한은 사라진 상태다.
또 이사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가동해 새 회장 인선에 나서고 있는데 여기에는 회장 1명과 사외이사 9명만 참여 가능해, 사외이사도 아니고 회장도 아닌 임 전 회장은 차기 회장 인선에도 관여할 수 없다.

그 전에 법원이 임 전 회장의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법조계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의 해임으로 가처분신청의 실익이 없어진 만큼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떼쓰기'에 나선다며 여론의 뭇매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사외이사 책임론'에 가책 느꼈을 수도= 임 전 회장이 해임된 이후 KB사태는 '이사회 책임론'으로 번졌다. 지난 4월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기 내홍으로 시작된 사태가 회장의 해임까지 불렀는데 건전한 경영을 감시해야 했던 이사회가 이를 수수방관했다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일부 KB금융 사외이사는 임 전 회장을 해임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을 "명백한 '관치(官治)'다. 굴복해 임 회장을 해임했다가는 KB금융을 더 위기로 빠뜨릴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사외이사들의 이런 임 전 회장 감싸기는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 게 이사회의 역할이라는 여론과 맞물려 이사회 책임론이 비등하게 한 원인이 됐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전임 어윤대 회장 때 ING생명 인수 건 등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당시 사장이던 임영록 전 회장과 끈끈한 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전 회장의 LIG손보 인수에는 어 전 회장과 달리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또 지난 17일 임 전 회장을 해임하면서도 3명의 이사가 서울 서초구 임 전 회장의 집을 찾아가 '자진사퇴'를 다시 한 번 요청할 정도로 예우를 보이기도 했다. 임 전 회장이 "법원의 가처분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달라"며 결국 뜻을 굽히지 않자 이사회는 표 대결 끝에 7대 2로 임 회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임 전 회장이 본인을 끝까지 예우하던 사외이사진이 책임론의 대상이 되자 가책을 느낄 만한 상황인 것이다.

임 전 회장이 결국 KB금융을 완전히 떠나게 됨에 따라 장장 4개월을 끌어온 'KB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새 회장 선출, 새 행장 선출과 지배구조 개편논의가 남아있어 KB금융 경영의 완전한 정상화에는 시일이 더 걸릴 예정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임 전 회장이 마음을 내려놓은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KB금융그룹을 위해서나 정말 잘 한 일"이라며 "임 전 회장의 억울함은 이사회가 해임을 의결하며 겪은 진통에서도 알 수 있듯 KB 안팎에서 모두 인정하는 만큼 명예 회복도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전 회장의 '소 취하의 변' 전문.

(1)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취하하고, 등기이사 직에서도 사퇴하겠습니다.

(2)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제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 충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3)KB금융그룹의 고객, 주주, 임직원 및 이사회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4)KB금융그룹이 새로운 경영진의 선임으로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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