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주 전산기 교체 논란으로 수개월째 내홍을 빚어온 KB금융 사태가 임영록 회장의 해임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새벽 0시께 KB금융 이사회는 서울 중구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임 회장의 해임을 최종 결정했다. 앞서 이사회는 17일 오후 8시께 임 회장을 해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마지막으로 자진사퇴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9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임 회장 자택에 찾아가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이사회로서는 임 회장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가 해임을 의결함에 따라 임 회장은 곧바로 '대표이사' 직을 잃게 된다. 회장이 아닌 '전 회장'이 된 것. 그러나 '이사의 직' 해임은 주주총회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유지된다.
이날 이사회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사회가 임 회장 해임에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의 임 회장 해임 압박을 명백한 '관치(官治)'라고 반발하면서 동정론을 폈기 때문이다. 한 사외이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회장 퇴출 시도는 맨정신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금융당국의 관치는 KB금융을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임 회장 해임으로 이사회는 곧바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 회장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되는데 외부인사가 CEO가 되며 KB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 때문에 내부인사가 물망에 오를지 주목된다.
한편 임 회장이 법원에 낸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이사회가 임 회장을 해임한 만큼 각하될 확률이 크다. 이미 해임이 된 만큼 가처분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해임이 되면 직무정지 징계를 잠시 멈춰달라는 것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집행정지 신청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임 회장은 해임된 상태서 나홀로 소송을 이어가게 된다. 현재는 임 회장이 이사회의 해임결정에 무효소송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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